"아들을 살리기 위해 재판장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었거든요. 작가님의 대사도 물론 좋았지만 그보다는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한 번 써보고 싶었어요."
대한민국 최상위 1% 부모들의 자녀만 입학할 수 있는 명문 사립 한음 국제중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폭력 문제를 가해자 부모의 시선이라는 색다른 방식으로 풀어낸 김지훈 감독의 신작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주연 설경구 배우.
가해자 부모이자 냉철한 변호사 강호창 역을 맡아 분노와 안타까움 등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채 영화 촬영을 이어가던 그가 중요 장면의 대사를 직접 작성해 진한 연기를 펼쳐 감독과 동료 배우들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 전해졌다.
7일 오전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설경구 배우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복잡한 감정을 지닌 역할을 이해하고 해석해내기 위해 오래 고민하고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그중 김지훈 감독이 수많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도 처음 목격했다는 설경구 배우의 색다른 모습이 특별히 눈에 들어왔다고.
바로 설경구 배우가 직접 시나리오 대본 상의 글을 배우 자신의 언어로 다시 써보는 장면이었다. 김지훈 감독은 그 당시를 떠올리며 "꿋꿋하게 잘 해오시다가 어느 순간 힘들어하시더라"면서 "설경구 배우님이 강호창이란 역할에 빙의가 많이 됐던 것 같았다"라고 언급했다.
끔찍한 학교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정말 자신의 아들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고심하는 가해자 아빠의 마음으로 그 혼란 속에 있다가 보니,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있는 설경구 배우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김지훈 감독. 그는 "되게 놀라운 장면이었다, 이만큼 역할에 깊게 들어가셨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의 글이 팩트였다면 설경구 배우의 글은 순전히 아빠의 마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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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설경구 배우는 오로지 "우리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강렬한 욕구가 있는 장면이었고,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다 써보고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현장에서 대사를 직접 고치고, 내용은 따로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현장에서 바로 연기에 돌입했다.
이 순간 함께 출연했던 고창석 배우는 당황스러웠었다고. 그는 "우리가 알던 대사와 다른 대사가 나와서 촬영이 실제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존 시나리오엔 없었던 장면, 설경구 배우가 눈물로 호소하는 연기에 고창석 배우는 "냉철하게 논리를 풀어내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순간에는 변호사가 아닌 아빠 강호창이었다"라고 부연했다.
김지훈 감독은 그 순간 '롱테이크'로 촬영을 이어나갔다. 김 감독은 "사실 그 장면을 여러 번 촬영하기도 했지만 가장 좋았던 순간은 리허설 때였다, 그 때 나왔던 느낌이 가장 좋았다"라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진심'을 담아 연기했던 설경구 배우. 그는 "아이가 진짜 학교폭력 가해자라고 간주하고 연기한다기 보니, '내 아이는 정말 아니구나' 라고 믿고 싶고, 믿어야 할 것 같은 부모의 심정으로 촬영에 임했다"라고 밝혔다.
김지훈 감독 역시 그런 설경구 배우에게 많이 의지했다고. "사석에서 설경구 배우가 저한테 자주 하시는 말씀이 '진짜 맞아?'였는데, 그 '진짜'가 뭔지 모르겠지만 같이 공유해보자는 마음이 컸다"면서 "저한테는 설경구 배우가 버팀목같은, 의지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경구 배우는 지난 영화 '타워' 때보다도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설경구, 천우희, 문소리를 비롯해 오달수, 고창석, 김홍파 등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학교 폭력 가해자 부모들의 추악한 민낯을 그려낸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는 오는 27일 극장에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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