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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중간고사 지원' 방침에 학교 현장 “물정 모르는 소리”

"수능과 달리 전 학년…확진자 많고 기간도 길어"

"기존 인정점 부여 학생들과 형평성 문제"

유불리 따라 특정 요일·과목만 응시 우려도

교육부 "조속히 결정해 학교 현장 안내"

학생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진 학생의 중간고사 응시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최종 결정권을 넘겨 받은 교육당국이 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전히 적지 않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별도 고사장과 관리·감독 인력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시험 대신 ‘인정점’을 받아온 기존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중간고사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론에 떠밀려 관련 방침이 검토되자 학교 현장에서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코로나19 확진 학생 중간고사 응시 방안 마련을 위해 전국 시·도교육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전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중간고사 등 기관 내 자체시험에 대한 운영 계획을 마련하면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난색을 표하고 있다. 내신 시험은 비교 대상에 오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보다 시험 기간이 긴 데다 관리 인원 역시 전 학년에 걸쳐 있는 만큼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교육부 관계자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현행 방역 지침상 확진자는 자택 격리 대상이고, 학교 내신 시험은 다른 시험과 달리 3∼5일에 걸쳐 치러야 한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확진 학생은 대면시험을 치르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본인 확진이라도 고등학생은 시험을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는 글이 올라와 1만4000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학부모·수험생 반발이 커지자 방역 당국은 갑작스레 확진자의 중간고사 응시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교육 당국도 기존 입장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교육부는 기존에 인정점을 부여받은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도 우려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과 단위 학교에 따라 기준 차이는 다소 존재하지만 인정점은 쉽게 말해 결시 이전 또는 이후 성적을 일정 비율로 환산한 점수다. 확진자의 중간고사 응시 문제가 불거진 것도 바로 인정점 때문이다. 다른 시점·난이도의 성적을 기준으로 점수를 산출하는 만큼 열심히 공부해 성적을 올릴 기회를 박탈 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온다. 오미크론 정점이 지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선 확진 학생·교사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고 대체 교사를 구하기도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고교 교사는 “지난 수능에선 전국에서 66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지금은 학교 한 곳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규모”라며 “학년별로 시험이 다르므로 확진자 역시 학년별로 따로 시험을 치르고 감독을 받아야 해 고사장·교사가 예상 이상으로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사는 “확진 학생이 월요일 시험은 보고, 인정점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화요일 시험은 결시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확진 학생의 등하교 관리가 어려운 만큼 감염을 우려하는 비확진 학생·학부모의 민원 역시 제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총 관계자는 “수능의 경우 교육당국의 철저한 관리 속에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을 치렀다”며 “방역 당국은 이를 각 학교에서 치를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하는 듯 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 당국이 뾰족한 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당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확진자의 중간고사 응시 가능 여부를 조속히 결정해 학교 현장에 안내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평가의 공정성·형평성과 방역당국의 방역 지침, 그에 따른 학교의 시행 여건 등을 중점 검토하고 시·도 교육청과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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