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 북악산 산행 도중 법흥사터 연화문 초석을 깔고 앉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계종 측이 김현모 문화재청장과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대변인이자 기획실장인 법원 스님은 8일 "불교문화재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켰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원 스님은 “사찰터는 단순한 유허지가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가장 긴 시대성을 가진 유적 가운데 하나이며 다양한 분야의 변천사를 내포하고 있는 우리의 대표적인 비지정문화재”라면서 “사찰터는 비지정문화재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국가적 보호와 관리가 더욱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법흥사 사찰터는 1960년대 당시 정부가 북악산을 폐쇄하면서 스님과 신도의 불사노력이 무산된 아픔이 있는 곳”이라면서 “그러한 아픔의 흔적이 담긴 법흥사터에 현 정부는 북악산 남측면 전면 개방을 결정하고, 그 일을 기념하기 위해 대통령 부부가 산행하면서 법흥사 터 초석에 앉은 것은 불자들에게는 다시 한 번 큰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법원 스님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문화재 관리업무를 총괄하는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가 아니다’라고 발표하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버려져 있던 그냥 그런 돌’이라고 밝힘으로써 문재인 정부가 갖고 있는 비지정 불교문화재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확인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 수석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초석은) 원래 있었던 초석이 아니라 해방 이후 1960년대쯤 누군가 복원하려고 깎았던 돌로 추정된다. 복원하려다가 1968년 김신조 사건으로 (북악산이) 폐쇄되면서 여기저기 버려져 있던 돌"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법원스님은 “민족의 문화유산은 국가적 역량을 모아 보존해 나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계자들이 보여준 이러한 사고는 자칫 국민들에게 지정문화재가 아니면 아무렇게나 대해도 상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와 문화재청에서 비지정 불교문화재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다면 불교계에서도 포용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이 변명으로 일관하다 보니 또 다른 실언과 논란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지난 5일 문 대통령 부부는 서울 북악산 남측면 개방을 기념하며 등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법흥사로 추정되는 절터에 있는 연화문 초석 위에 앉아 동행한 김 문화재청장과 법흥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해당 사진이 공개되자 불교계를 중심으로 불교문화 유산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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