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과수농가의 최대 골칫거리로 부상한 과수화상병을 막기 위해 농촌진흥청이 펼치고 있는 과수화상병 예측시스템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 초부터 과수화상병 예측시스템에 기반한 사전예방 중심의 방역정책이 주요 과수농가에서 효과를 보면서 과수화상병 청정국가로 도약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농촌진흥청은 주요 과수농가를 대상으로 과수화상병 예측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사전예방 방역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관할 지자체 공무원에게 현장교육을 실시하고 각 지역별 발병 시기를 예측해 조기에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수화상병은 사과·배 등 장미과 과수의 가지· 잎·열매가 마치 불에 탄 듯 암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고 마르는 세균성 과수병이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어 한 그루에서 병이 발생하면 과수언 전체를 오염시킬 정도로 전파력이 강하다. 때문에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뿌리째 과수를 뽑아 매몰해야 한다.
과수화상병은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발생하고 있고 과수농가와 과수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5년 경기 안성시에서 첫 발생한 이후 같은 해 인접한 3개 시군 34개 농가로 확산됐다. 이후 다른 지역으로 확산해 2020년 전국 744개 농가 394㏊ 면적이 피해를 봤고 손실보상금만 700억 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전남과 경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농진청은 올해부터 과수화상병 대응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기존 발병 후 매몰 중심의 방제 대신 예측시스템 기반의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과수농가의 개화기에 맞춰 예측정보를 실시간 파악해 감염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24시간 이내로 신속하게 약제를 살포하고 있다.
노형일 농진청 재해대응과장은 “올해는 3월 하순부터 4월 중순까지 평균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올해 사과·배나무의 꽃 피는 시기도 평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전국 사과·배 재배 농가의 약제 살포 지침이 변경됨에 따라 전국 과수농가의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개화를 전후로 한 약제 살포를 집중적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서는 과수의 개화 전 1회와 개화기 2회 약제를 살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는 꽃눈이 트기 전에 살포하고 사과는 새 가지가 나오기 전이 최적기다. 다만 약제에는 구리 성분이 들어 있어 석회유황합제나 보르도액 같은 약제와 섞어 쓰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현재 개화 전 방제에는 10종, 개화기 방제에는 19종의 약제가 등록돼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과수화상병 예측시스템도 과수농가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시스템은 기상관측 자료와 생물계절(계절에 따른 생물의 변화와 진행) 모델을 종합해서 전국 각 지역의 과수화상병 감염 위험도 및 과수화상병 증상이 발현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를 일자별로 제공한다. 2019년부터 데이터 확보를 위한 사업을 실시했고 지난해 일부 지역에서 시험 적용한 뒤 올해부터 전국에 도입했다.
과수화상병 예측시스템은 과수화상병이 발병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 올해 과수화상병 피해 농가를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군 단위로 위험 예상일을 예측해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통보하면 지역 과수농가가 적기에 방제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다. 방제 시점가 과수화상병 예방의 관건이기에 농진청은 전국 과수농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안내와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은 “과수화상병 예측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과수화상병 발생 지역과 위험 지역, 주요 과수 산지 등에 기상관측장비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며 “과수화상병 첨단 예측시스템을 기반으로 과수농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국내에서 과수화상병이 근절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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