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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개 눈으로 北탄도탄 잡는다…한국판 사드 '엘샘' 레이더 첫 공개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 시제 1~2호기 선보여

잠자리 '겹눈'처럼 '미니안테나' 들이 독립 작동

수백km밖의 표적도 수cm 단위로 포착 가능

부품·SW 100% 국산화 목표…GaN소자 등 개발

KF-21 전투기 레이더, 국내서 6차 비행 시험 실시

LAMD 레이더, 방사포 파편까지 식별토록 개발중

L-SAM 다기능레이더 시제 1호기가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에 전개된 모습/사진제공=방사청




유사시 북한 미사일을 고고도 상공에서 격추할 국산 장거리지대공미사일 ‘엘샘(L-SAM)’ 의 지상레이더(다기능레이더·MFR)가 처음 공개됐다. 레이더 1대당 5,000개에 육박하는 미니안테나(송수신 소자모듈)들이 촘촘히 장착돼 극초음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도 수백km밖에서 정확히 탐지·추적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6일 경기도에 위치한 용인종합연구소에서 국방부출입 기자단을 초청해 엘샘 다기능레이더 시제 1~2호기를 공개했다. 엘샘은 40~70km 상공에서 적의 탄도미사일 등을 요격하기 위한 일종의 ‘한국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사업을 주관하고,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이 역할을 분담해 2024년 완성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엘샘 1개 포대는 요격탄 발사대 6~8대와 다기능 레이더 1대, 교전통제소, 전원장비차량 등으로 구성될 전망인데 이중 한화가 시제품 개발에 성공한 다기능레이더는 목표물을 찾는 지상의 눈 역할을 하게 된다.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체계용 다기능 레이더를 비롯한 한화히스템의 다기능 레이더 라인업 제품군 소개도. /자료제공=한화시스템




김형주 한화시스템 레이더연구소장은 “엘샘의 다기능 레이더에는 세계적 수준의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에이사) 레이더 기술이 적용됐다"며 “고출력·고효율의 반도체 송수신모듈(TRM)이 탑재됐고, 국산 기술로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사용돼 표적의 형상에 따라 항공기인지, 탄도탄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최적화된 탐지추적 능력을 발휘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이 제작한 레이더 시제중 1호기는 연구소 부지내 야외에 전개돼 환경평가 등의 시험작업을 수행 중이다. 2호기는 연구소 시험동 내에 설치돼 레이더 전자빔 제어 등의 시험 평가를 받고 있다. 공개된 시제기의 레이더 안테나에는 최대 4000~5000개로 추정되는 송수신반도체 소자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이들 각각의 소자들은 마치 잠자리의 겹눈처럼 하나 하나가 작은 미니 안테나로 작동해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이들 소자가 각각 전자파빔을 쏘면 표적 물체에 부딪힌 빔이 안테나로 되돌아와 이를 바탕으로 표적의 위치와 이동 방향, 속도 등을 파악하게 된다.

L-SAM 다기능레이더의 이미지/사진제공=한화시스템


엘샘 레이더는 S밴드(2~4GHz대역) 주파수를 사용한다. S밴드 레이더는 X밴드(8~12GHz대역) 주파수를 사용하는 레이더보다 정확도면에선 약간 떨어지지만 더 강력한 출력을 낼 수 있어 장거리 물체 탐지·추적에 유리하다. 제작 단가면에서도 S밴드 레이더가 X밴드 레이더보다 저렴해 우리 군의 예산 절감은 물론이고, 해외수출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레이더를 해외 의존 없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모두 100% 국산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송수신모듈의 핵심 부품인 질화갈륨(GaN) 반도체 국산화가 한화시스템의 중견협력기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과거 수동식전자주사위상배열레이더(PESA)를 개발할 때에만 해도 고출력 송수신모듈용 부품 등의 국산화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전량 수입을 해야 했다”며 “당시 해외판매사들은 레이더 개발단계 후 양산단계, 후속 군수지원 단계에서 납품 단가를 크게 올려 우리측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는데 이번 기회에 해외수입에서 탈피하게 됐다”고 국산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KF-21전투기용 AESA레이더 시제기가 한화시스템 용인종합연구소 시험동 루프탑랩에서 시험작업을 진행중인 모습./사진제공=방사청


국산 전투기 'KF-21보라매'에 탑재된 AESA 레이더의 이미지 소개도/자료제공=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이날 국산화 개발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 및 장사정포요격체계(LAMD)용 레이더 등의 개발현황도 소개했다. KF-21에 탑재될 에이사레이더는 최근 해외 비행시험을 마치고 지난 6일 국내에서 6번째 비행 시험을 진행했다. 공대공 모드는 물론이고 공대지, 공대해 모드로도 레이더 탐지·추적 성능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시스템은 총 100번의 비행시험을 진행해 기술을 검증할 예정이다. 해당 레이더 안테나에는 약 1000여개의 반도체송수신 모듈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해당 레이더 역시 수백km밖의 적기 등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고, 동일하지 않은 임의의 주파수를 방사해 적의 레이더추적 미사일에 피격당할 위험을 최소화했다.

LAMD용 레이더는 북한의 장사정포 및 방사포 등을 동시에 최대 100발 가량까지 탐지·식별하는 방향으로 개발된다. 특히 요격시 발생하는 파편과 적의 포탄까지도 실시간으로 정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해상도 파형신호처리 기술과 파편신호제거 알고리즘 기술 등이 적용될 예정이다.

북한의 장사정포 및 방사포 공격을 막을 한국형 아이언돔이 당초 발표보다 6년 앞당겨져 이르면 2029년 전력화된다.

방위사업청은 10일 '유도무기체계 발전방향' 자료를 통해 LAMD사업DML 탐색개발 절차를 올해 시작해 2024년까지 완료하고, 이어서 체계개발을 2029년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무기의 체계개발후 전력화에는 2~3년 가량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될 경우 당초 방사청이 목표로 삼았던 ‘2035년 전력화 목표’보다 시기가 앞당겨져 2030년초에 전력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LAMD는 북한군 장사정포(구경 240㎜ 및 300㎜ 로켓) 등을 동시에 100발 가량 탐지·추적해 요격하는 방향으로 개발된다. 특히 수도권 방어에 초점이 맞추질 예정이다. 유사한 기술로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있다. 아이언돔은 로켓이 아닌 단순 박격포 등을 막는 수준이어서 북한 장상정포 요격에 한계가 있어 우리 정부와 군은 보다 고도화된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LAMD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LAMD는 세상에 없던 무기체계"라며 "(과거엔) 수백 발을 동시에 다 요격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최근 시뮬레이션 결과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고 보고 ADD에서 과감히 추진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청와대와 군은 앞서 지난 2월에는 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LAMD 첫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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