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관련해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검찰총장 직을 걸고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방검사장 회의에서 언론에 공개된 인사말을 통해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국 지방검사장 회의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수완박'에 대응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회의에는 김 총장을 비롯해 박성진 대검 차장과 전국 지검장 18명이 모두 참석했다.
김 총장은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되면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난다"며 "부패, 기업, 경제, 선거범죄 등 중대범죄 대응은 무력화된다. 사건처리는 더욱 늦어지고, 국민은 더 많은 불편을 겪는다. 결국, 검찰 제도가 형해화되서 더이상 우리 헌법상의 검찰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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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총장은 "지난해 70년 만의 대대적인 형사사법제도 변화가 있었다"며 "큰 폭의 변화가 있다 보니,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건처리가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점과 혼선이 발생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께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행된 지 1년 여 밖에 되지 않은 형사사법제도가 제대로 안착되기도 전에 검찰 수사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이런 중요한 제도 변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동료 검찰들에게는 "검찰 구성원들에게 현 상황이 무척 답답할 것이다. 저도 같은 마음"이라며 "일선 검사장들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또 "어떻게 하면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견도 함께 달라"며 "비록 상황은 녹록치 않지만 사력을 다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지키겠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에 대한 논의와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일 김 총장은 전국 고검장 회의를 소집하고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반대 입장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후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회의를 비롯해 전국 지방검찰청에서 간부 및 평검사 회의를 통해 검찰이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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