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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판이 바뀐다”…“국채금리 상승세 중간쯤 더 오를 것”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 엘 에리언 트위터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국채금리가 치솟으면서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금리인상에 취약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2.18% 빠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69%, 1.19% 떨어졌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2.790%까지 급등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의 이사회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소식에 트위터는 2% 상승했는데요. 머스크가 내부 틀안에서 활동하기보다 적대적인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제이 클레이튼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회장은 “한 회사의 대주주에서 이사로 들어가면 자유의 정도가 상당히 제한된다”며 “그것이 (머스크가 들어가지 않은) 현실적이면서 간단한 이유”라고 했는데요. 이사가 되면 회사 내부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대외 발언이나 행동에 제약이 클 겁니다. 그러고 보니 머스크의 성격에도 안 맞는데요.

머스크를 빼면 이날 월가의 관심은 온통 인플레이션과 국채금리 상승, 그에 따른 증시 하락에 쏠렸습니다. 시장의 반응을 꼼꼼히 전해드리겠습니다.

“3월 CPI 8.4% 전망”…“경제적으로는 전 세계가 전쟁, 30년 물 1년 뒤 3.5% 간다” 분석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일 오전8시30분(동부시간 기준)에 나올 3월 CPI는 전년 대비 8.4% 상승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1982년 초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인데요. 2월의 7.9%보다 더 오르는 것이죠. 전월 대비로 보면 1.2% 높아져 2005년 이후 가장 큰 폭이 될 전망입니다.

8%대의 CPI는 다음달 0.5%포인트 금리인상에 근거를 주는 마지막 퍼즐입니다. 이미 0.5%포인트는 굳어진 상태지만 이것으로 최종확정됐다고 보면 됩니다.

문제는 이것이 국채금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날 2년물부터 30년까지 국채금리가 줄줄이 올랐는데요. 대표물인 10년의 경우 2.8% 근처까지 치솟았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채권금리는 지금 급격한 상승의 중간 쯤이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이는 인플레이션 지표를 기다리고 있다”며 “시장은 유동성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보고 있으며 그것이 채권시장이 반응하고 주식이 조정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는데요.

이는 양적완화에서 긴축으로 시장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뜻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4만 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도 결국은 시중에 풀린 값싼 돈들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렸지만 한동안 월가의 많은 이들이 올해 최대 7회의 금리인상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입장이었는데요. 크게 우려하던 양적긴축(QT)에 대해서도 잊고 지냈죠. 반면 다른 쪽은 연준이 그렇게 세게 못할 것이라며 안심한 측면이 있었는데요. 지난 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시장을 깨우자 깜짝 놀랐다가 금세 주식을 사들이면서 이를 잊기도 했습니다.

CPI 추이.


그러던 시장이 3월 CPI를 앞두고 “분위기가 안 좋은데?”라며 다시 변동성이 커지는 건데요. 앞서 “월가가 연준 리스크를 절반 정도만 반영한 것 같다. 앞으로 연준 인사들이나 지표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파, 밀러 & 워싱턴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클 파의 분석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 오늘 시장이 딱 그런 모습입니다.

이날 나온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자료를 보면 소비자들은 1년 뒤 인플레이션이 6.6%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합니다. 2013년 이후 최고치인데요.

현재의 전 세계 경제상황이 전쟁 중과 같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투자 전략가 데이비드 로슈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보통의 경기침체는 생산과 수요, 인플레이션이 감소하지만 전쟁 중에는 생산물은 감소하지만 비용과 인플레이션은 상승한다”며 “(현 상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상승하는 물가와 금리, 중국의 코로나19 락다운에 따른 공급중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지만 대러 제재에 따른 석유와 가스, 금속, 식량 공급감소가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입니다. 경제적으로는 전 세계가 전쟁을 하고 있다는 얘기죠. 로슈는 1년 뒤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최소 3.5%는 간다고도 했는데요.

고인플레이션은 지속하고 금리는 계속해서 상승하며 연준도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인플레가 3월에 정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연준의 목표인 2%로 가는 속도는 더딜 것”이라며 “이코노미스트들은 평균적으로 4분기에 인플레가 5.7%로 낮아질 것으로 보지만 이것도 연준 목표의 3배나 된다”고 전했습니다.

최후의 비둘기파 크루그먼 “미 경제 좋다”…“인플레에도 여전히 소비”


다만 여전히 비둘기파들이 남아있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인데요.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그와 저널리스트 카라 스위셔가 나눈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주제는 미국 경제와 고용, 인플레이션 등인데요.

핵심만 보면 크루그먼 교수는 실업률, 즉 미국의 노동시장이 강하다는 점을 들어 미국 경제가 좋은 상태라고 봅니다. 물론 인플레가 문제이긴 한데요. 그는 “미국 경제는 정말로 좋다. 노동시장은 최고의 상황이며 클린턴 전 대통령 때의 붐보다 더 일자리를 구하기 쉽다”며 “인플레이션이 불편할 정도로 높고 주택가격 상승 등 여러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A+는 아니지만 확실히 좋다”고 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일자리와 임금상승을 상당히 중요 시합니다. 일자리가 많으면 소비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가계형편도 좋아지는데요.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다 따라가는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 오르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물론, 앞서 언급드린 대로 크루그먼 교수도 물가에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1979년의 인플레이션은 직접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임금이 물가만큼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며 “하지만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고착화하면 안 되기 때문에 낮아져야만 한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장기침체가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 내 최후의 비둘기파 가운데 한명이다. 크루그먼 교수


그는 또 “나는 아직 우리가 1970년대의 상황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며 “내년이나 18개월 안에 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다면 나쁜 일(경기침체)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크루그먼 교수는 단계별로 수요전망이 과다하게 부풀려지는 채찍효과(Bullwhip effect)를 언급하면서 공급부족 현상이 갑자기 한번에 뒤집힐 수도 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인플레이션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준이 천천히 조심조심 가야한다는 입장인데요.

요약하면 미국의 고용시장이 좋고 경제가 강하기 때문에 금리인상을 한동안 버틸 수 있지만 과도하게 긴축하면 결국 경기를 망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잔 니펜 JRK 월드와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들은 인플레에도 여전히 소비하고 있다”며 지금의 미국경기가 좋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백악관 경제고문 헤더 보우쉬도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다. 실업률이 3.6%로 낮고 코로나19에 잘 대응하면서 사업장과 학교가 다시 문을 열고 있으며 가계의 잔고도 넉넉하다”며 “연준이 긴축을 할 때 기업과 가계가 상대적으로 강한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에너지 마켓에 도전이지만 우리에게는 전략비축유 방출 같은 도구가 있다”고도 했는데요(백악관 관계자의 얘기인 만큼 신뢰를 갖고 보면서도 확실히 어느 정도 에누리해서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외부에 공개 안 되는 세부 데이터에 접근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국가부도 상황 정도가 아니면 경제가 나쁘다고 하기 힘듭니다).

“모두가 연준만 봐 금리상승 증시에 좋지 않아”…“어닝 시즌, 누가 인플레 적응 가능한지 알 수 있을 것”


현재 증시 전망은 인플레와 그에 따른 연준의 긴축과 경기침체 여부에 달려있는데요. 브린 토킹턴 레퀴지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니징 파트너는 “연준의 긴축은 증시에 좋지 않다. 시장은 모두 연준만 신경쓰고 있다”며 “기술주가 더 빠질 수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품 인플레이션이 서비스 쪽으로 옮아가고 있고 이제는 렌트비와 임금상승이 물가상승의 주요 동력이 돼 가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증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T. 로위의 브레리나 우루치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모두 많이 상승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식량 인플레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연준의 정책실수가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증시에도 직격탄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고용시장이 좋기 때문에 연준이 인플레가 완화하더라도 한동안 긴축을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를 크루그먼 교수가 제기했다는 질문에 “동의한다”며 “연준은 긴축 외에 선택지가 없으며 문제는 연준이 신뢰도를 회복하고 시장을 리드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긴축을 하게 되면 실업률이 더 높아지게 됩니다. 고용과 물가안정 두 가지의 목표를 생각하는 연준 입장에서는 긴축에 따른 부작용(실업률 상승)이 생기면 속도조절을 생각하게 되는데 지금 실업률이 3.6%로 너무 낮다 보니 연준이 고용에 대한 걱정 없이 급브레이크를 계속 밟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는 경기침체로 이어질 겁니다.



이 같은 걱정과는 관계없이 주식을 더 살 때라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소파이의 리즈 영은 “앞으로 상황이 터프하고 스무스하지 않을 것이지만 대형 기술주는 살 기회”라며 “연준이 5월과 6월에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지만 이후에 안정화하시 시작한다면 톤이 완화될 것이고 다시 비둘기파로 변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채수익률 곡선도 변할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피보탈 어드바이저의 티파니 맥기도 “대차대조표 감축 첫해에 증시는 잘 됐다”며 “나는 연준이 조심스럽게 긴축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지요.

증시와 관련해서는 이번 주 JP모건체이스와 블랙록, 골드만삭스,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헬스그룹 등부터 시작하는 실적발표가 중요합니다. 이번 분기 이익과 매출이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증가하는 에너지와 인건비, 물류비용을 기업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메릴 앤드 뱅크오브어메리카(BofA) 프라이빗 뱅크의 CIO 마켓 전략 헤드는 “이번 분기에는 누가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고 누가 못하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에 누가 위험에 처해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이번 분기 실적이 증시가 어떻게 갈지에 대한 다음 시험대라고 했는데요. 한동안 인플레이션과 금리 그리고 실적이 증시를 좌우하는 요인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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