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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갇힌 집 수리 기술, 대중에게 돌려줘야죠"

'기술 품앗이' 살리기 나선 함승호 적정기술공방 대표

도배·페인트 등 건축의 70%

교육 받으면 스스로 해결 가능

전문가 필요 영역은 30% 불과

주체적 삶·공동체 복원 하려면

기술 아는 똑똑한 소비자 돼야

함승호 적정기술공방 대표가 경북 문경시 평지리 신축 주택 공사 현장에서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집을 짓거나 수리할 때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다. 도배는 도배업자에게 부탁하고 타일도 전문가의 손을 빌린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 수도와 변기·페인트 심지어 전등을 갈아 끼우는 것까지 모두 기술자들 없이는 불가능하다. 소비자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돈만 지불할 뿐이다. 모두가 당연시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이가 있다. 함승호(59) 적정기술공방 대표다.

함승호 적정기술공방 대표가 경북 문경시 평지리 신축 주택 공사 현장에서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11일 경북 문경시 평지리에서 만난 함 대표는 사람들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살아가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다.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시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교육을 통해 스스로 해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적정기술’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배나 타일 같은 기술은 교육을 통해 해결 가능한 것들이라고 한다. 그는 “도배와 같은 집수리 영역은 건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나 되지만 조금만 배우면 혼자 힘으로 가능한 것들”이라며 “건축에서 전문가가 필요한 비율은 30% 정도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0년 적정기술공방 사업을 시작한 후 2019년 법인을 설립한 이유다.

함 대표가 스스로 집수리 또는 적정기술을 내세우는 것은 ‘기술의 사회성’ 때문이다. 예전에는 서로 모여 도배를 하고 타일을 깔고 수도를 고쳤다. 사실상의 기술 품앗이다. 그의 문제의식은 과거 공동체의 것이었던 이 기술들이 이제는 일부 개인의 전문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데서 출발한다. 도시의 주거 환경이 농촌보다 더 열악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의 집수리 기술들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됐지만 사실은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재였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몇몇 일부 전문가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일반화시키는 것입니다.”

주체적 삶을 살고 공동체를 되살리려면 소비자가 똑똑해져야 한다. 함 대표가 서울시 집수리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집수리 교실을 운영하는 이유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그는 “집수리 아카데미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데 1분 안에 마감된다”며 “참석률도 98.8%에 달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함승호 적정기술공방 대표가 공사 중인 신축 주택의 마감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동체를 위한 기술은 사회 환원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에서 독거노인, 다자녀 가구 등 주거 환경 개선이 필요한 주민들의 수요를 발굴, 지원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맹학교 기숙사 개선 프로그램, 장애인 복지 단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돌봄 SOS에 참여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동체를 위한 기술은 환경과도 맞닿아 있다. 함 대표는 요즘 한적한 시골의 신축 주택 공사 현장에서 산다. 얼핏 보면 여느 신축 주택 공사 현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흔히 보이는 콘크리트가 보이지 않는다. 구조체는 나무, 마감재는 흙과 회다. 단열재도 폴리우레탄이나 스티로폼이 아니라 주변 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볏짚이다. 난방 역시 보일러만 사용하지 않는다. 전통 방식인 구들이 함께 곁들여진다. 바로 ‘생태 주택’이다. 그는 “적정기술의 핵심 중 하나는 건강하고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는 집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을 재료를 자연에서 얻고 해체할 때도 자연으로 돌려줌으로써 탄소 배출을 최소로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함승호 대표가 생태 주택 공사 현장 앞에 있는 정자에서 적정기술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혼자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 힘들다. 함 대표가 협업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기술 공유 전문가, 난로 장인 등 전국에서 그를 도와주는 실습 봉사단이 약 390명 정도 된다. 건축과 집수리는 그 자체로 팀 작업이라는 함 대표는 “교육에 나선 것도 핵심적인 기술을 배워 동네 사람들과 같이 협업을 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함 대표는 이러한 과정이 집수리나 건축뿐 아니라 더 많은 영역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적정기술은 생활 기술로 진보할 것”이라며 “요리나 옷 만들기와 같은 것들도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색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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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규 기자 여론독자부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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