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분들께서 ‘미궁’ 속을 걸어가는 하나의 여정으로 생각하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준비된 프로그램을 전체적 하나의 이야기로 듣고, 그에 따라 느낀 감정대로 해석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지아 출신의 프랑스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34·사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여성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0세에 국제무대에 처음 등장한 그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나와 2010년 소니 클래시컬 전속 아티스트가 됐다. 2012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선 독일 클래식 음반상인 에코상을 받았다. 주빈 메타, 플라시도 도밍고, 정명훈 등 거장들과 협연도 활발히 했다. 빼어난 외모로 스타성도 인정받고 있지만 되레 이 때문에 음악성에 대한 평가에서 손해를 볼 정도라는 평가도 받는다.
오는 2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을 앞둔 그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의 콘셉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내한 무대는 이번이 네 번째지만 단독 리사이틀은 5년만이다. 이번 리사이틀은 지난 2020년 발매한 ‘Labyrinth’(미궁) 앨범을 모티브 삼아 프로그램을 짰으며, 그는 “미궁 속을 걸어가며 느끼는 복잡한 감정들을 같이 풀어나가고 싶은 마음에서 구상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당초 2020년 8월에도 내한해 KBS교향악단, 지휘자 정명훈과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취소된 바 있다. 부니아티쉬빌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두려움과 공포를 많이 느끼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 사태 전엔 투어를 돌며 연주에만 몰두하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연주를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한 후 사랑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부니아티쉬빌리는 ‘피아노의 여제’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아르헤리치가 그의 연주에 대해 “뛰어난 재능과 표현력을 지녔다”며 높이 평가한 이래, 그를 따라다니는 대표적 수식어는 ‘젊은 마르타’다. 그는 “그렇게 불러주셔서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라면서 “감사한 마음만큼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꾸준히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존경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따라하고 그대로 재현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연주법, 색깔을 찾아가는 거라고 그는 강조했다. 부니아티쉬빌리는 “이제 음악을 시작하는 젊은 음악인들에게도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그는 사회적 활동도 활발하다. 그는 2008년 러시아가 고국 조지아를 침공하자 이에 항의하며 현재까지 러시아에서의 연주를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지난달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하기도 했다. 미궁을 탐색하는 듯 한 이번 리사이틀의 프로그램도 모든 곡을 듣고 나면 ‘사랑’이란 단어로 연결되는데, 힘든 세상을 음악과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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