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올해 세계무역 성장률이 반 토막 나고 글로벌 국내총생산(GDP)도 제자리걸음에 그칠 것이라고 세계무역기구(WTO)가 11일(현지 시간)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WTO는 올해 세계무역 성장률을 2.4~3%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예측한 4.7%의 절반 수준이다. WTO는 또 올해 글로벌 GDP 성장률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0.7~1.3%포인트 하락해 3.1~3.7%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WTO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글로벌 GDP와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작지만 이들 국가가 식량과 에너지 등 필수품의 핵심 공급원이라는 점 때문에 세계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WTO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021년 기준 전 세계 밀 생산량의 25%를 차지한다. 또 러시아는 전 세계 천연가스의 5분의 1을 생산하며 팔라듐·로듐 등 제조업 원자재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WTO는 전쟁과 그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인해 이들 원자재의 생산량이 급감하고 교역이 끊기면서 경제에 중·장기적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의 충격파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최대 교역국인 유럽, 농산물 가격 상승에 민감한 빈곤 국가로 가장 크게 전달될 것으로 WTO는 예측했다. 지난해 러시아는 전체 생산품의 51.5%를, 우크라이나는 49.2%를 유럽에 수출했다. 곡물 수입의 50% 이상을 두 국가에 의존해온 아프리카와 중동도 취약 지역으로 꼽혔다. WTO는 “빈국은 상대적으로 국가 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며 식량 안보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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