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에는 전세기 두 대가 착륙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륙한 이 전세기에는 약 300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사업가, 기술 전문가들 등이 타고 있었다.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정한 이들이었다. 이 전세기를 빌리는데 도움을 준 라트비아의 벤처투자가 콘스탄틴 시니우신은 뉴욕타임스(NYT)에 "대부분의 러시아인 기술 종사자들은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거나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신규 기업을 설립하려고 한다"며 "그래서 그들이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 노동자들의 러시아 탈출 러시가 나타나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NYT가 보도했다. 러시아 기술 산업 무역 그룹은 지난달 22일까지 5만~7만명의 러시아인 기술 노동자들이 러시아를 떠났으며, 7만~10만명이 추가로 떠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한 아르메니아와 터키, 아랍에미리트, 조지아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의 러시아 탈출 행보는 꾸준히 나타나고 있지만, 기술 노동자들의 이탈은 러시아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 내에서 기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에너지 및 금속 산업 대비 작지만, 빠른 성장률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러시아 경제전문가인 배리 아이크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제학과장은 "단기적인 영향보다 장기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결국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에서 벗어나 경제를 다각화하고 생산성 성장을 높여야 하는데, 기술은 그렇게 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노동자들이 러시아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체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반대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했고 더 이상 푸틴 정권 아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내에서 이 같은 반대 발언을 내뱉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고 결국 러시아를 떠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NYT는 "이들은 비교적 수익성이 좋은 기술분야에서 일하면서 해외로 떠날 자금이 있었고 다른 기술 종사자들처럼 노트북이 있고 인터넷이 연결되는 어디에서나 업무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다니던 외국계 기업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면서 해외로 이주한 이들도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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