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값이 지난해에 비해 3배 가까이 말 그대로 ‘폭등’했습니다. 인건비 주고 세금 내면 남는 게 없는데 장사 하나마나한 판국에 가격을 안 올릴 수가 없어요. 화만 남습니다.” “이미 한 차례 일부 메뉴에 한해 가격을 올렸는데 그 사이 밀가루 값이 5~6%가 더 올랐습니다. 장사가 힘들어서 추가 가격 인상을 생각했지만 직장인들 상대로 장사하다 보니 고민스럽죠.”
밀가루 가격이 고공 행진하면서 서울 지역의 칼국수 평균 가격이 처음으로 8000원을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해상 운임 상승 여파 등이 겹치면서 밀 가격 급등에 직격탄이 됐다.
14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의 칼국수 평균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7% 오른 8113원을 기록했다. 서울 지역 칼국수 평균 가격이 8000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제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일대 식당가를 돌아보니 칼국수 가격은 9000~1만 원 선에 형성돼 있었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종로구 종로2가 일대 식당가도 8000원을 웃돌았다.
칼국수 가격이 급등한 것은 주요 곡물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국제 곡물 시장에서 밀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량의 약 29%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요 곡물 수출국이 수출 제한에 나서며 밀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밀가루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가게 사장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식당가에서 칼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이 모(61) 씨는 “인건비, 재료비, 물가, 배달비 모든 게 올랐기 때문에 남는 게 없다시피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값을) 올릴까 말까 진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해외 곡물 시장 정보에 따르면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최근 475.46달러까지 치솟으면서 1년 전 가격의 두 배를 넘어섰다.
밀 가격이 급등하면서 밀가루를 사용하는 냉면과 자장면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지난달 서울 지역 냉면 가격은 9962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7% 올랐고, 자장면은 5846원으로 9.4% 상승했다. 특히 서울 지역 냉면 가격은 조만간 1만 원 선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울 중구 오장동의 함흥냉면거리의 냉면 가게에서는 냉면 한 그릇을 1만 3000원에 팔고 있다. 다른 외식 품목 가격과 비교해도 훨씬 많이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비빔밥은 7.0%, 김치찌개 백반은 5.7%, 김밥은 5.2%, 삼겹살은 3.5%, 삼계탕은 0.3% 각각 올랐다.
밀가루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소비자들에게도 치명적이다.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가에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 송 모(30) 씨는 “월급은 안 오르는데 밥값만 오르니 슬플 따름”이라며 “밥값이 오른 걸 보면서 새삼 물가 올랐다는 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엄 모(26) 씨도 “밖에서 밥을 먹으면 비싸니까 사내 식당을 더 자주 찾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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