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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팀' 깨지면 양측 모두 타격…'봉합'했지만 갈등 불씨는 남아

[尹·安 전격회동…공동정부 불씨 살려]

安측 "명단조차 사전보고 안됐다"

내각 인선에 '安라인' 없어 불만

尹측 "총리직 거절해놓고" 비판 속

국힘 '지방선거 중도층' 이탈 걱정

安측은 '자리싸움했다' 비판 우려

尹·安 직접 만나 오해 풀며 일단락

14일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권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전격 만찬 회동을 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공동정부’ 무산으로 이어질 경우 새 정부의 출범부터 타격을 입는 데다 6·1 지방선거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서다. 특히 초대 내각의 청문회를 앞두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다. 윤 당선인은 물론 안 위원장, 그 어느 쪽도 승자가 없는 ‘패자의 게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갈등은 지난달 3일 야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한 뒤 43일 만에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안 위원장이 이날 돌연 일정을 모두 취소하면서 야권이 술렁였다. 안 위원장은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열린 인수위원회 첫 회의에서 “토요일·일요일을 포함해 휴일 없이 일해야만 될 것 같다. 모두 밤을 새워야 한다는 각오를 가지고 저도 함께 열심히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날 예고도 없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잠적한 것이다.

사태의 진원지는 전날 윤 당선인이 밝힌 2차 장관 후보자 인선이었다. 명단에는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가 단 한 명도 반영되지 않았다. 10일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8개의 장관직에 이어 전날 2차 내각 인선의 명단에서도 안 위원장이 제안한 인사의 이름이 오르지 못했다.



입각설이 무성했던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윤 당선인이 낸 인사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때의 사람들이 그대로 돌아왔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안 위원장이 2차 인선 발표 이후 인수위 분과 보고를 받는 ‘도시락 회동’ 일정에 불참하면서 불화설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날 안 위원장이 두문불출하면서 사태가 더 커진 것이다.

안 위원장 측에서는 “공동정부의 약속을 깼다”는 불만까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지난달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을 선언했다. 두 사람은 ‘원팀’의 조건으로 ‘국민통합정부’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미래 정부 △개혁 정부 △실용 정부 △방역 정부 △통합 정부 등 다섯 가지를 약속했다. 나아가 두 사람은 “국민통합정부는 대통령이 혼자서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아닐 것”이라며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는 합의문도 밝혔다.



하지만 43일 만에 끝난 초대 내각에 안 위원장 측 사람은 없었다. 안 위원장 측은 “중요한 것은 내각 인선 과정에서 논의가 없었다”며 “(발표할) 명단조차 (안 위원장에게) 사전 보고가 안 됐다는 부분이 좀 비정상적인 체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위원장께서 열심히 일에 매진해서 집중했다”며 “(안 위원장이) 이런 비정상적인 체계에서 좀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신 것 같다”고도 말했다.

윤 당선인은 3차 내각 인선을 마무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안 위원장의 칩거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글쎄 저는 좀 이해가 안됩니다만 제가 (안 위원장에게) 추천을 받았고 또 인선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드렸다”며 “거기에 대해 뭐 무슨 아무 문제가 없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무슨 일정을 취소했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제 (인수위) 분과 보고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안 나오신 것을 갖고 일정을 취소했다는 그런 식으로 (언론에서) 보고 계신 모양”이라고도 했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안 위원장의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안 위원장이 공동정부의 핵심인 국무총리직을 스스로 고사했다는 것이다. 또 안 위원장의 추천 인사 역시 모두 검증했지만 다른 후보자들을 우선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윤 당선인 측의 한 핵심 관계자는 “국무총리를 했으면 당연히 (헌법상 권한인) 장관 제청권을 행사하셨을 것”이라며 “(안 위원장은) 행정부 대신 정당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이 거취를 결단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경우 사실상 공동정부의 약속은 깨지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중심의 차기 정부로 출발한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6월 전국 지방선거에서 중도층 이탈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안 위원장 역시 자리싸움을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다. 사태가 커지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나서 봉합을 시도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공동(정부) 운영 원칙은 유지하겠다. 공동 국정 정신을 기반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윤 당선인이 이날 강남 모처에서 안 위원장과 회동을 통해 갈등을 일단 해결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두 사람이)완전히 하나가 되기로 했다”며 “공동정부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손잡고 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차관급 기관, 공공 부문에서 안 위원장 측이 추천한 인사를 기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물론 갈등이 다시 분출될 여지는 남아 있다. 윤 당선인의 추가 인선에 안 위원장 측의 의견이 또다시 반영되지 않으면 공동정부 구상은 또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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