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슈 윌리엄스 영국 웨일스 카디프대 범죄학 교수는 대학을 졸업할 무렵인 1990년대 후반의 어느 날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파트너와 게이바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던 중 남성 세 명에게 폭행당했다. 남성 중 한 명은 “염병할 게이 새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혐오에 의한 폭력이 명백했다. 게다가 온라인에서는 동성애혐오성 비방에 과하게 노출된다. 그는 이런 경험을 계기로 혐오범죄 가해자·동조자들의 동기를 이해하려는 탐구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고백하며, 범죄학자이자 국제적 혐오범죄 연구 허브인 ‘헤이트랩’(HATELAB)의 수장이 됐다.
신간 ‘혐오의 과학’은 윌리엄스 교수가 혐오하는 마음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으로, 신경과학·심리학·사회학·통계학적 접근이 눈에 띈다. 책은 우리 일상에서 부지불식 혐오표현과 행동이 잦아지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시선이 편견과 혐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고 있음을 각종 사례를 통해 전달한다. 초반부에선 혐오의 의미를 설명한 후 사회에 얼마나 침투해 있는지를 범죄 통계를 통해 설명한다. 이어 혐오하는 마음이 어디서 나오는지에 대해 뇌과학,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하며, 이런 분석을 토대로 혐오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됨을 지적한다. 뇌에서 위험상황에 반응하는 편도체와 본능적 감정과 반응을 처리하는 뇌섬엽의 작용이 혐오와 연관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바깥의 개인, 경제, 사회, 환경적 요소와의 반응 과정을 설명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후반부는 이런 혐오하는 마음을 극단적 범죄로 치닫게 하는 일종의 ‘촉진제’들을 분석한다. 그가 언급하는 건 개인·공동체적 트라우마, 테러 등의 분열적 사건, 편견을 증폭시키는 온라인의 알고리즘, 혐오를 획책해 이득을 얻으려는 하위집단 등이다. 무의식적 편견이 차별과 혐오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조치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우리와 다른 이들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그들과 접촉하는 일을 꺼려서도 안 된다. 시간을 따로 내 역지사지를 시도하고 온라인상의 ‘필터 버블’을 깨야 하는 건 물론이다. 나아가 각종 분열적 언행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계하고 혐오 행위엔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책 곳곳에 갖가지 혐오범죄로 숨지거나 크게 다친 희생자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현실감을 높인다. 혐오범죄가 우리 곁에 바로 있으며, 모두가 그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환기하는 듯 하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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