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초대 내각 인선 중 다수가 대기업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거나 최근까지 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지만 기업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던 사외이사가 곧바로 정부 주요 요직으로 직행할 경우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사외이사 문제가 청문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에 따르면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새 정부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 중 사외이사 경력을 가진 인사는 4명으로 늘어났다. 한 후보자는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 후보자 역시 2018년 3월 AK홀딩스 사외이사에 자리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사외이사에 재선임됐고 이어 7월부터는 AK홀딩스 거버넌스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앞서 지명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와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도 사외이사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창양 후보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TCK·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굵직한 대기업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총 7억 85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후보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위촉된 후에도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이 후보자는 중요 공직 후보자로서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에 대해 이해충돌 지적이 나오자 “사외이사에서 다 퇴임했다”고 소명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3월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박 후보자는 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다음 날인 11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사임서를 제출했다. 당초 임기는 2023년 3월까지였다.
장관 후보자는 아니지만 초대 내각 주요 인사들로 범위를 넓히면 사외이사 경력 인사는 6명까지 늘어난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해 3월 말 임기 3년의 에쓰오일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에쓰오일은 한 후보자에게 매월 666만 7000 원을 지급했다고 공시했는데 지난 1년 동안 총 약 8000만 원을 수령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 후보자는 총리 후보자 지명 직전인 1일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도 2020년 7월부터 최근까지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에서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맥쿼리인프라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인프라 공룡’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외국계 투자회사다. 김 내정자는 그 전에도 2013년 한화생명 고문을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현대두산인프라코어·두산중공업·한화생명 등에서 사외·감독이사를 맡았다. 김 내정자는 맥쿼리인프라의 감독이사로서 연간 약 7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경력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청문회에서 사외이사 문제는 민주당의 주된 공격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비대위 회의에서 “거수기 사외이사로 8억 원이나 챙긴 장관 후보, 최소한의 도덕성 검증도 없이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르는 지뢰 장관 후보들이 아닐 수 없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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