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 ‘브로커’와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이 다음 달 17일 막을 올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영화제인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영화 두 편이 동시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브로커’에 출연한 이지은(아이유)은 처음으로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게 됐다.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도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칸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4일 프랑스 칸에서 프랑스 및 해외 매체를 대상으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18편을 비롯한 초청작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 영화 두 편이 경쟁 부문에 오른 건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홍상수 감독의 ‘그 후’가 출품됐던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브로커’에 대해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에서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매력적인 영화를 만들어냈으며 송강호가 이 작품에 출연한다”고 전했다. 또한 ‘헤어질 결심’에 대해서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탄 박 감독이 신작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한다”고 소개했다.
‘브로커’는 버려진 갓난아기들을 받는 베이비박스를 두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상치 못한 여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칸 경쟁 부문에 5번 이름을 올렸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심사위원상을, ‘어느 가족’(2018)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송강호와 강동원이 베이비박스에 온 아기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 거래하려는 브로커로, 이지은(아이유)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갔던 아이 엄마로 출연한다. 배두나와 이주영은 브로커들을 쫓는 형사로 나온다. ‘헤어질 결심’은 형사 해준(박해일)이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던 중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며 2016년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다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인디와이어, 버라이어티, 스크린데일리, 아이온시네마 등 외신들은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두 감독 모두 칸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이름을 올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적잖았다.
또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문은 액션, 스릴러, 느와르, 호러, 판타지와 같은 장르 영화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작품을 상영한다. ‘헌트’는 안기부 요원이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는 과정을 다룬 첩보 액션물이다. 이정재는 “데뷔작의 첫 스크리닝을 칸에서 한다는 것이 매우 영광스럽다”며 “제작진과 배우의 열정과 노력이 있기에 오늘의 결과가 있었다. 칸영화제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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