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연 1.25%인 기준금리를 1.50%로 인상했다. 총재가 공석이지만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만큼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이 다음 달 0.5%포인트 금리 인상에 이어 연내 추가 ‘빅스텝(금리 대폭 인상)’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우리가 긴축 속도를 늦추면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결정은 불가피했다.
한은이 경기 침체를 무릅쓰고 결단을 내렸지만 우리에게는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 과정에서 한계 기업과 부채 과다 가구의 도산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가계 신용은 1862조 원에 달하며 최근 네 차례 금리 인상으로 늘어난 대출이자만 13조 원이다. 기업의 올해 이자 비용도 70조 원을 넘는다. 나라 곳간은 갈수록 말라가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통합재정수지는 15조 1000억 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2조 4000억 원이나 늘었다. 앞으로 5년 동안 만기 도래하는 국채만 311조 원에 이른다. 더 우려되는 것은 수출 환경 악화로 법인세의 여력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하이 등 도시 봉쇄로 5%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 또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찾는 신흥국이 늘고 있다.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고 재정까지 고갈되는 복합 위기를 뚫을 방책은 극히 제한적이다. 정책 헛발질이 조금이라도 나오면 회복하기 힘든 부작용이 발생하는 만큼 정교한 폴리시믹스(정책 조합)가 필요하다. 규제·세제·노동 개혁 등으로 경제 체력을 키울 총력전을 벌여야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긴축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엄중한 경제 현실을 직시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5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등 선심 정책들을 걸러내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새 경제팀이 포퓰리즘과 절연해야 경제 위기 방어 대책을 제대로 세우고 연금 개혁 같은 중장기 로드맵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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