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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흑해함대 기함 침몰…"원인 뭐든 무능 드러내"

우크라 "미사일 2발 명중" 주장

러 "선상 폭발…태풍 여파" 반박

전력 손실…동부공세 전략에 차질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인 순양함 ‘모스크바’. 신화연합뉴스




러시아 해군이 자랑하는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가 선상 폭발로 침몰했다. 침몰 원인을 두고 우크라이나 측은 자국의 미사일 공격이 명중해 함선이 격침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화재가 발생해 배가 가라앉았다고 반박했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러시아군의 ‘무능’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 국방부는 14일(현지 시간) 모스크바호가 이날 목적지 항구로 예인되다 균형을 잃고 흑해에 침몰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호 선상에서 탄약이 폭발해 화재가 났고 마침 태풍까지 불어 배가 균형을 잃고 가라앉았다는 것이 러시아 측에서 밝힌 침몰 경위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인 오데사의 막심 마르첸코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발사한 지대함미사일 ‘넵튠’ 2발이 명중해 모스크바호가 격침됐다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도 ‘격침설’에 무게를 실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공식 입장을 내기 어렵다면서도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더욱 그럴듯하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격침설이 사실이라면 러시아군에는 큰 ‘굴욕’이다. 대함·대공미사일을 포함해 어뢰·기관총 등으로 중무장한 러시아 순양함이 우크라이나가 지난해부터 작전에 투입한 넵튠 미사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반박대로 화재가 원인이라면 러시아군의 전쟁 관리가 매우 허술해졌다는 방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재가 탄약으로 옮겨 붙는 것은 승조원 관리가 매우 부실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격침이든 화재로 인한 침몰이든 러시아군의 무능과 부주의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모스크바호 침몰로 러시아 해군력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1982년 취역한 모스크바호는 다른 함대와 더불어 장거리 대공 방어망 제공 능력을 갖췄다. 영국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의 시다스 카우셜 연구원은 “모스크바호는 대공 방어망의 ‘컨트롤타워’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미군으로 치면 항공모함을 잃은 격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현재 흑해 연안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를 겨냥해 공세를 전환하는 상황에서 흑해함대 기함의 침몰은 러시아군의 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미 국방부는 “모스크바호는 흑해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러시아 전력의 핵심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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