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일대에 리모델링 열풍이 거세다. 금호·옥수동에서 시작해 하왕십리동과 행당동까지 번진 이 지역 리모델링 열풍은 용적률과 사업비용, 소요기간 등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현실적이라는 판단이 주도하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청계벽산’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정식 발족했다. 청계천과 인접한 이 단지는 왕십리뉴타운의 대장주로 꼽히는 ‘텐즈힐’ 아파트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올해로 준공 26년차다. 청계벽산 추진위는 이달 중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 징구에 나선다.
청계벽산은 성동구에서 보기 드문 ‘평지 대단지’다. 전체 단지 규모는 1332가구, 임대를 제외하면 882가구다. 수직증축을 염두에 두고 있는 추진위는 최소 120여 가구를 늘리려 한다. 만약 임대가구까지 리모델링에 동참한다면 최대 1600가구까지 커질 수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외관 통일성과 지하주차장 문제 등으로 임대 가구도 포함한 리모델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동의서 징구 후 서울시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같은 하왕십리동의 왕십리풍림아이원’ 아파트도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2004년 준공된 758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수평·별동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거쳐 약 800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계획이다.
하왕십리동 인근 행당동의 구축 단지서도 리모델링 추진이 활발하다. 가장 대표적인 단지는 3404가구 규모의 매머드급 단지인 ‘행당대림’이다. 지난 2000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지하철5호선 행당역 인근 대단지로,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추진위를 구성한 후 오는 9월 조합 설립을 목표로 현재 주민 사전동의를 받고 있다. 행당대림도 전체 3404가구 중 1005가구가 서울시 소유 임대 가구로 서울시와의 협의 여부에 따라 사업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근처 행당한진타운도 연내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사전 동의서를 걷고 있다. 2123가구 규모의 이 단지도 행당대림과 같은 해인 2000년 준공됐다.
하왕십리·행당동 일대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선택한 것은 여유가 많지 않은 용적률 때문이다. 하왕십리동 청계벽산은 용적률이 267%에 달한다. 왕십리풍림아이원(245%), 행당대림(254%), 행당한진타운(294%)도 용적률이 250% 안팎으로 높은 편이다. 3종일반주거지역을 기준으로 최고 용적률이 300%인데 이들 단지의 경우 여유 용적률이 얼마 되지 않는 만큼 사업성과 사업 기간, 그리고 분담금 등을 고려할 때 리모델링이 현실적으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성동구라는 지역의 가치와 인지도 측면에서 리모델링 사업성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용적률이 이미 높고 성동구 일대 지형 특성상 언덕이 많은 곳도 있어 공사 비용과 난이도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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