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보험금 수령을 위해 사전에 살인을 공모했다는 계획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직접 살인이 아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인 만큼 범행 공모를 한 대화 증거 확보 여부가 혐의 입증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17일 이씨와 조씨를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모 오피스텔에서 도주 4개월 만에 체포된 이후 인천지검으로 압송돼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등 성실하게 진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늦어도 18일에는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방침이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께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사망 당시 39세)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직접 A씨를 살해한 것은 아니지만 수영을 전혀 할 줄 모르는 A씨에게 계곡에서 스스로 다이빙을 하게 유도한 뒤 적극적으로 구조하지 않아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같은 해 2·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A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 등도 받는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가 A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검찰이 이들 범행에 의도성이나 계획성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들은 구조 노력을 했으나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는 진술을 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이 보험금 편취와 살인 공모를 한 대화 증거 등을 검찰이 확보한 상황이라면 수사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살인 미수 혐의와 관련해서는 이 씨가 2019년 2월 A씨에게 복어독이 섞인 음식을 먹이고 난 뒤 '복어피(독)를 이만큼 넣었는데 왜 안 죽지'라며 조 씨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이 공개 수배에 나선 것도 포렌식 작업을 통해 이미 의미 있는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경기 가평경찰서는 2019년 6월 A씨 사망 당시 타살 혐의점이 없는 변사 사건으로 내사 종결했으나 같은 해 10월 A씨 유족의 지인이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 제보해 재수사가 진행됐다. 이후 인천지검은 작년 2월 재수사에 나섰고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 13일 1차 소환조사를 받은 다음 날 2차 조사를 앞두고 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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