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발표한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당초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섰지만 중국 당국은 웃지 못했다. 연간 목표치인 5.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인 데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 여파가 거의 반영되지 못해 2분기부터 본격적인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소비와 생산·투자·고용 등 경제 세부 지표도 줄줄이 악화하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경기 안정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중국이 올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을 앞두고 보다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쏟아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분기에 4.8% 성장에 그친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연간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은 3분기 동안 5% 후반대의 성장률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문가들은 “겨울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중국의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중국의 경제 성과는 단기적으로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도 “1분기 성장률로 볼 때 중국이 올해 ‘5.5% 내외’라는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에 가장 큰 부담 요인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 ‘경제 수도’ 상하이에 대한 잇단 봉쇄 조치는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해당 지역의 생산 시설이 가동을 중단했고 물류도 차질을 빚으면서 공급망이 혼란에 빠졌다. 특히 중국 경제의 25%를 차지하는 상하이 봉쇄 장기화에 중국 경제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이 그나마 선방한 것은 지난달 28일 시작된 상하이 봉쇄 여파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GDP 성장률과 함께 발표된 1분기 경제지표들의 부진은 다가올 2분기에 대한 비관론을 뒷받침했다. 중국 경제를 이끄는 3대 축인 소비·생산·투자 지표가 일제히 둔화하는 양상은 2분기에 더 큰 경기 위축이 닥칠 것임을 예고했다.
우선 3월 소매판매가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5%의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다. 중국 월간 소매판매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20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내수는 지난해 중국 GDP에서 65.4%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주요 기반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선전과 상하이 봉쇄와 중국 여러 지역의 이동 제한으로 중국 경제, 특히 가계 소비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봉쇄에 따른 수입 감소가 소비 위축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얘기다.
산업생산과 고정자산 투자 역시 지난달 발표된 1~2월 합산 통계에 비해 모두 낮아졌다. 산업생산은 1~2월에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으나 3월에는 증가율이 5.0%로 둔화했고 고정자산 투자 역시 3월에는 9.3%로 1~2월 증가율(12.2%)에 비해 줄었다. 실업률도 높아졌다. 3월 실업률은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인 5.8%까지 올라 지난달 양회 업무 보고에서 중국 정부가 제시한 도시 실업률 목표치 ‘5.5% 이내’를 넘어섰다. 토미 우 옥스퍼드이코노믹스 수석연구원은 “예상을 웃도는 1분기 GDP 성장률은 3월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전 1~2월 데이터에 나타난 성장이 주로 반영된 결과”라며 2분기에 중국의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로 코로나’의 혹독한 대가에 다급해진 중국은 봉쇄를 전면 해제하지 않으면서도 경제 엔진을 다시 돌리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16일 상하이시가 개별 사업장별로 생산 재개 승인을 받아 공장 가동을 허용하기로 했고 애플과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대만의 콴타컴퓨터가 17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 역시 생산 재개를 위한 당국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민은행이 이미 지난주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해 시중에 100조 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고 20일을 전후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성장률을 지탱해온 인프라 투자도 확충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봉쇄가 이어지는 한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인위적 부양책의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핀포인트자산관리의 장즈웨이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현 단계에서 지준율 인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 경제가 직면한 주된 도전은 봉쇄 정책이고 이를 해결할 효과적 정책이 없다면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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