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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규제법 영향평가 의무화로 ‘신발 속 돌멩이’ 원천 차단해야” [청론직설]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민간 주도 경제 ‘尹노믹스’ 성공, 규제 개혁 성과에 달려

기업 모래주머니 주범인 의원입법 제어장치 망가진 상태

사후 처리가 아닌 사전에 규제 양산 막는 시스템 만들어야

한국형 재정준칙 시행 앞당기고 구체 목표 법에 명시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경제 6단체장과 만난 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할 것을 강조하면서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와 모래주머니 제거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5세대 서강학파’ 대표 주자로 꼽히는 허정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개혁의 성과가 윤석열 정부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며 “‘신발 속 돌멩이’를 빼내려면 규제 영향 평가를 의무화하고 독립적인 규제 개혁 기관을 설립하는 등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허 교수는 또 재정 건전성 회복의 시급성을 역설하면서 “2025년으로 예정된 한국형 재정준칙 시행 시기를 1~2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으로 ‘민간 주도 혁신 경제’를 제시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올바른 방향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방향을 대전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현 정부의 무리한 확장적 재정지출로 인해 부실해진 재정 건전성부터 복원하는 것이다. 동시에 장기적 성장 전략을 민간 주도로 바꾸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 개혁을 하고 민간 부문에서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소득 증가와 복지 개선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마차에 짐을 무겁게 실으면 말이 더욱 빨리 달릴 것이라는 어이없는 발상에서 나온 정책이었다. 경제학 관점에서 성장 정책은 장기 성장을 위한 정책이어야 하는데 ‘소주성’은 그러한 장기 효과가 애초에 불가능한 전략이었을 뿐 아니라 경제적 피해를 초래하는 정책이었다. 장기적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 혁신과 공급 능력의 지속적인 확장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생산성이 주도하는 정책이어야 경제는 장기적 성장 궤도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주성으로 인해 임금 인상은 고용 감소-노동 소득 감소-만성적 수요 부족 등으로 이어졌다. 이를 만회하고자 확장적 재정지출에 지나치게 의존했고 재원 확보를 위해 국가 채무를 마구 늘렸다. 이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계속 떨어졌다.

-민간 주도의 ‘윤노믹스’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우선 재정 건전성을 빨리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025년으로 예정된 한국형 재정준칙 시행 시기를 좀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 이르면 2023년, 늦어도 2024년에는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느슨한 재정준칙도 강화해야 한다. 한국형 재정준칙은 국가재정법에 도입 근거만 넣고 구체적 목표치, 즉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3% 이내 관리는 시행령에 담았다. 시행령은 언제든지 예외 적용 등의 방식으로 정치적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목표치를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이 개방경제로 대외 의존성이 높다는 사실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다. 국가의 채무 상태는 결국 국가 신인도, 다시 말하면 한국 자산에 대한 대외 평가와 직결돼 있다. 단순히 채무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아서 괜찮다는 발상은 문제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윤노믹스’의 성공을 위해 또 필요한 게 무엇인가.

△규제 개혁의 성과가 윤노믹스의 성공을 가름할 것이다. 민간 주도 성장의 핵심은 시장에 의한 자원 배분의 효율성 극대화에 있다. 시장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사실은 경제학의 기초 원리이다. 시장 참여자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자원이 배분될 때 효율성은 최대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해 각종 규제를 만들어내면 효율성은 훼손된다.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 개혁을 하려면 일선 현장과 맞지 않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대표적 사례가 기업 규제 3법(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이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투기 자본에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고소·고발 남발로 기업 부담을 증가시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 대상의 범위가 비현실적이며 관련 규정도 불명확해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눈에 보이는 ‘돌멩이’부터 빼내야 규제 개혁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규제 개혁 시스템을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현재의 규제 개혁 메커니즘이 비효율적이다. 규제가 생산된 뒤에야 이를 사후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규제 관련 법들을 사전에 검토하는 작업이다. 규제 관련 법들이 현장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하지만 규제 영향 평가가 없는 의원입법 발의가 지나치게 많다. 너무 쉽게, 너무 빠르게, 너무 많은 ‘돌멩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가 법안을 발의할 경우에는 해당 규제의 필요성, 중복 여부, 비용·편익 등을 충분히 심사하고 국회에 제출하는 형식을 거친다. 그러나 의원입법을 통하게 되면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채 위원회에 올라가 쉽게 통과되는 경우가 많다. 20대 국회(2016~2020년)와 21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발의된 규제 관련 법이 7200여 건인데 가결률이 90%에 달한다. 국회가 가히 ‘규제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진 규제 법은 영향 평가를 거치지 않다 보니 법이 시행된 후에 시장에서 많은 민원이 제기된다. 관련 부처 담당자가 이것을 다시 검토한 뒤 개선 사항을 마련하는 등 대단히 비효율적인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 공해’를 제어할 장치가 망가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래서는 진정한 의미의 규제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 역대 정부마다 규제 철폐를 다짐했지만 별 성과가 없었던 이유다.



-규제 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실질적인 규제 개혁을 위해서는 현행 규제 개혁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첫걸음은 규제개혁위원회의 본질적인 설립 목적과 그 역할을 재정립하는 것이다. 새로운 규개위는 법적 권한을 가지고 정부·국회가 생산해내는 법령에 대해 사전에 제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규제에 대해서는 영향 평가를 명령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새 규제가 들어가는 법안은 의원입법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후에 ‘신발 속 돌멩이’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돌멩이가 애초에 생산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현재 대통령 직속인 규개위를 독립기관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연금 부채 등까지 합치면 국가 부채가 2200조 원에 육박하는 등 나라 살림에 비상등이 켜졌는데.

△재정지출은 정부의 고유 권한이지만 오로지 경제 번영과 국민의 복지 후생을 위해 집행돼야 한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국가 채무에 의존하는 재원 조달 방식에 치중해 ‘가불 정부’라는 말이 나왔다. 재정지출은 경제성장률을 함께 고려하면서 이뤄져야 한다. 재정준칙의 조기 적용을 통해 선제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다행스럽게 현재 가계 부채는 담보가 있는 대출 또는 고신용자(고소득) 대출의 비중이 90%를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서는 가계 부채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최근 급증한 저소득자 대출이나 담보 가치가 적은 주택에 대한 신용이 부실화할 수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해 각별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추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제고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성장 잠재력 하락은 한 국가의 성장 추세가 꺾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경우 2% 선의 잠재성장률이 향후 1% 선 혹은 그 이하로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성장 잠재력이 하락한다는 것은 그동안 성장 전략이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현 정부의 무리한 소주성 정책과 국가 채무 확대를 통한 재정지출 확장 정책 등은 실패했다. 잠재성장률을 제고하려면 생산성 향상과 공급 능력 확대를 통한 성장 전략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에 인플레이션 쓰나미가 덮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방파제를 쌓아야 할 텐데.

△글로벌 경제의 최대 현안은 전 세계에 닥친 인플레이션이다.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동시에 발생하고 있어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방파제를 쌓아야 하는 곳은 두 군데다. 첫째는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요인을 최대한 방어해야 한다. 자원 외교를 통한 에너지 자원 확보, 소재·부품·장비 거래선 다각화 등이다. 수요 측면의 대책으로는 기준금리 조정이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경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면서 정책 조합을 모색해야 한다.

He is...

1968년 인천에서 태어나 제물포고와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강대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를 거쳐 2008년부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현재 한국국제통상학회 부회장,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70여 편의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도전에 직면한 한국 경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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