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경제가 올해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와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공급한 5개 단지의 입주자 모집 공고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거주 의무 기간이 있는 단지는 한 곳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검단신도시에서는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 △제일풍경채 검단 2차 △검단역 금강펜테리움 더 시글로 2차가, 운정신도시에서는 △신영지웰 운정신도시 △파주운정신도시 디에트르 에듀타운이 분양됐다. 이들은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받아 인근 신축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공급됐지만 실거주 의무는 없었다.
분양가상한제는 투기 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2005년 도입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정부 기준에 따라 책정된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하는 방식으로 분양가가 정해진다. 시세 차익을 노린 가수요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통해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해 분양 가격이 인근 시세의 100% 이하일 경우 3~5년의 거주 의무 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다.
문제는 분양가가 인근 시세 100%를 초과하는 경우다. 이 때는 거주 의무 기간이 적용되지 않는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은 택지비와 기본 건축비 등을 더해 분양가가 정해지는 만큼 인근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세 산정 과정에서 관할구청이 인근 지역을 넓게 잡아 시세가 저렴한 구축 단지까지 포함하면서 분양가가 시세보다도 높은 것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다수 나오고 있다. 올해 검단·운정신도시에서 분양한 5개 주택은 모두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100%를 초과하는 것으로 판정되며 거주 의무 기간 적용을 받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검단신도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의 경우 전용 84㎡의 분양가가 최고가 기준 4억 5200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나온 ‘검단신도시 푸르지오 더베뉴’ 84㎡ 실거래가 8억 5000만 원 대비 4억 원가량 낮았다. 하지만 인천 서구청이 시세 비교 지역을 인천 서구 당하동·원당동·검암동·경서동으로 잡으며 인근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게 잡혔다. 검암동과 경서동은 검단신도시 밖에 있는 지역으로 경서동 ‘우정에쉐르’ 84㎡는 올해 2월 3억 3000만 원에 거래됐다.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데 실거주 의무까지 없자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에는 총 4만 6070명의 청약자가 몰렸다. 검단 및 운정신도시에서 올해 분양한 다른 단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분양가상한제는 실수요자에게 저렴하게 주택을 공급하는 취지의 제도인데 다수 단지에서 실거주 의무 적용이 되지 않아 청약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인근 지역 선정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 보완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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