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근로 시간을 주 4일로 못 박는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이 법안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엑소더스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 32시간 근무를 의무화한 ‘AB 2932 법안’이 통과될 경우 캘리포니아주 2000개 이상의 사업체가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 노동위원회는 이번 주까지 법안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500인 이상 기업은 근로 시간을 주 32시간으로 제한하고, 초과 근무에 대해서는 시급의 1.5배에 달하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민주당 소속의 에반 로우 주 의원은 "근로자들은 팬데믹의 전리품이 된 유연한 근무 스케줄을 원하고 몇몇 기업들은 치열한 노동 시장에서 이 같은 근무 체제에 적응하고 있다"며 "이 법안은 낙오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로우 의원의 지역구는 새너제이와 쿠퍼티노 등 실리콘밸리 중심 도시를 관할하고 있어 그가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을 겨냥해 법안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크 기업들은 주4일제 강행에 반발하는 입장이다. 세콰이어 컨설팅 그룹이 최근 테크 분야 중심의 459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는 주4일 체제를 채택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카일 홈 세콰이어 컨설팅 부사장은 "많은 테크 근로자들이 40시간 이상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며 "업무량을 32시간 이내로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가뜩이나 캘리포니아의 무거운 법인세 부담과 각종 규제, 생활 물가 등에 골머리를 앓는 기업들에게 근로 시간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이 지역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경제학 교수는 “근로 시간을 20% 줄이면서 임금을 유지하는 법안은 작동하기 힘들다”며 "일자리가 네바다나 오레건 주로 옮겨갈 것이고, 고용주들은 임금을 수 년 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실리콘밸리의 대표 테크 기업인 오라클, 테슬라 등이 본사 소재지를 캘리포니아 주 밖으로 옮긴 가운데 캘리포니아주 인구는 지난 해 7월까지 1년 간 26만 명이 순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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