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작 이상·60분 내외였던 드라마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호흡이 빠른 드라마에 익숙해진 시청자와 제작 환경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과 올해 흥행했던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6~12부작 정도의 편성이 짧은 드라마가 흥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작품들은 완결까지의 동시 공개·빠른 사건 전개와 짧은 편성 등으로 ‘몰아보기’를 시청자들에게 정착시켰다. 작년 최고의 화제작 ‘오징어 게임’은 9부작이었고, ‘D.P.’는 6부작, ‘인간수업’이 10부작, ‘지금 우리 학교는’이 12부작이었다.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짧은 드라마가 성공했다. 티빙 오리지널 ‘술꾼도시여자들’은 티빙에서는 12부작으로, tvN에서는 5부작으로 방영되었다. 동명 웹툰 원작의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며느라기’는 12부작·1부당 20분 내외의 미드폼 드라마로, 한 회당 조회수가 100만 회를 넘겼고, 조회수와 상관 없이 가장 긴 시청 지속 시간을 보인 콘텐츠였다. 며느라기의 팬이라는 직장인 김 모(22) 씨는 “무언가를 하면서 보기 딱 좋고, 짧아서 시청을 미루지 않게 된다”며 “긴 호흡의 작품은 배속 재생으로 보는데 이건 짧아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된 왓챠 ‘좋좋소’도 숏폼의 유튜브 웹드라마에서 출발했다.
지상파의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사내맞선’과 JTBC ‘서른, 아홉’ 등도 호평받은 12부작 드라마였다. 50부작·100부작이었던 KBS 대하사극도 ‘태종 이방원’이 32부작으로 편성되었고, 빠른 진행으로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tvN 드라마 ‘킬힐’은 내부 편성 전략상의 이유로 16부작에서 14부작으로 단축되기도 했다. 20부작인 ‘우리들의 블루스’도 옴니버스 드라마로 제작되어 에피소드 별로 끊어보는 것을 가능케 했다. OTT에서 지상파로 편성이 변경되어 5월 9일부터 방영될 SBS ‘우리는 오늘부터’도 14부작이다.
방송사와 제작사들은 짧은 편성과 길이의 드라마들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CJ ENM의 공모전 ‘오펜’에서 수상한 신인 작가들의 단막극 시리즈인 ‘드라마 스테이지’가 ‘오프닝’으로 재편되어 돌아온다. 단막극만 방영하던 작년까지와는 달리, 시리즈물 2편을 추가로 편성한다. 2부작 시리즈물인 ‘오피스에서 뭐하Share’가 편성된다. 또 회당 30분의 숏폼 4부작 ‘XX+XY’도 방송된다. 남궁종 CJ ENM 오펜사업국장은 “최근 방송과 OTT를 포함한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 시청량이 늘어나면서 회당 방송 시간, 전체 회사의 구성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포맷을 적용하는 추세”라며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오펜은 작가가 극의 완성도를 높여 시청자가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며느라기’의 뒤를 이을 카카오TV 오리지널 미드폼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했다. 이진욱·이연희 주연의 30대 커플의 결혼 준비 과정을 다룬 로맨스 미드폼 ‘결혼백서’가 상반기 공개를 앞두고 있고, 남윤수·박혜은 출연의 고등학교 판타지 미스터리 학원 로맨스 ‘빌린 몸’, 청춘 성장물 ‘아쿠아맨’ 등이 촬영 진행 중이다. 김소정 카카오TV컨텐츠사업그룹장은 “뉴미디어플랫폼을 통한 시청 패턴 증가에 따라, 비교적 짧은 호흡으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했다”며 “밀도 있는 전개와 호흡이 장점인 미드폼만의 문법이 몰입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며, 이는 드라마 뿐 아니라 예능에서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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