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아이돌 멤버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 '서울괴담'이 올여름을 오싹하게 만들 준비를 마쳤다. 어디선가 들어본 괴담의 주인공이 된 아이돌들과 연기파 배우들의 만남, 마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것처럼 기괴스러운 연출이 관객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알맞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서울괴담'(감독 홍원기)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가 개최됐다. 홍원기 감독과 배우 김도윤, 이수민, 이열음, 이영진, 정원창, 이호원과 그룹 골든차일드 봉재현, 러블리즈 출신 서지수, 우주소녀 설아, 엑시, 오마이걸 아린, 알렉사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괴담'은 복수, 욕망, 저주에서 시작된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선사하는 괴이하고 기이한 10가지 이야기를 다룬 옴니버스 K호러 영화로, 약 15분 분량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쭉 이어지는 특이한 형식이다. 에피소드는 ‘터널’, ‘빨간옷’, ‘치충’, ‘혼숨’, ‘층간소음’, ‘중고가구’, ‘혼인’, ‘얼굴도둑’, ‘마네킹’, ‘방탈출’까지 10가지로 이뤄졌다. 각 에피소드는 현실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소재를 괴담으로 풀어내 공포감을 준다. '치충' 에피소드는 2021년 제25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단편 섹션 및 제13회 셀룰로이드 스크림스 등 해외 호러페스티벌에 초청돼 호평을 받기도 했다.
홍원기 감독은 "옴니버스로 풀어낸 이유는 공포 영화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접근을 해보고 싶어서"라며 "각 에피소드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치과를 너무 싫어했던 것, 중고거래하며 생긴 괴담 등을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소름 끼치는 연기로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 첫 에피소드 '터널'의 주인공 김도윤은 "옴니버스식 공포영화에 출연해 본 적이 없어서 10개의 이야기가 합쳐졌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지 기대됐다"며 "방금 전에 영화를 보고 재밌고 무서운 영화가 나온 것 같았다. 극장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것이 쾌감이 다르다고 생각해 가능하면 극장에 찾아주셔서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색다른 시도에 만족해했다.
홍 감독은 서태지, 방탄소년단 등 톱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및 CF를 연출한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영화 연출작은 많지 않지만 지난 2010년에도 '좀비 헌터'라는 호러 영화를 선보인 바 있다. 평소 호러물 마니아라는 그는 차기작도 호러물로 선택하면서 소원을 풀었다고. 그는 "몰입감보다는 에피소드마다 놀라는 포인트를 전하고 싶었다. 떠도는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연결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스크린에서 상영하고 시나리오부터 개발하다 보니까 설렘 반, 걱정 반이었는데 편집하고 보면서 희열이 컸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괴담'은 화려한 출연진들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넷플릭스 '지옥'에서 화살촉 리더로 활약한 김도윤,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원조 호러퀸 이영진을 비롯해 오륭, 이수민, 이열음, 정원창 등이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아울러 배우로 거듭난 그룹 인피니트 출신 이호원과 골든차일드 봉재현, 러블리즈 출신 서지수, 우주소녀 설아 엑시, 오마이걸 아린, 비투비 이민혁, 몬스타엑스 셔누, 더보이즈 주학년, 알렉사 등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서울괴담'을 통해 호러 연기에 도전했다.
봉재현은 "스크린에 나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처음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 장난인 줄 알았다"며 "아직까지 실감 나지 않고 기회 주신 홍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스크린 데뷔 소감을 밝혔다. 설아는 "평소에 해보지 못하 것들을 연기로 풀어낼 수 있어서 정말 재밌었다"고, 엑시는 "평소에 호러물을 즐겨보는 편이라 직접 출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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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감독은 아이돌 캐스팅에 대해 "뮤직비디오를 20년째 하고 있다 보니 같이 작업하면서 눈여겨보다가 연기를 시켜봤으면 좋겠다 싶은 인물들로 캐스팅을 했다. 새로운 얼굴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것에도 과감했다. 특히 '마네킹' 에피소드를 촬영하고 입대하면서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셔누를 언급하며 "셔누 같은 경우 조각상 같은 느낌이 있어서 마네킹 에피소드와 정말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작품 크랭크인 하고 가장 먼저 촬영했던 에피소드다. 셔누는 연기 경험이 전무해서 리딩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는데 점점 연기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정말 멋진 친구라고 생각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대부분의 출연진들은 홍 감독과의 작업에 기대를 품고 임했다. 이열음은 "홍 감독과 함께 작업하게 된 게 신기했다"며 "감독님이 현장에서 유쾌하게 챙겨주시고 무서운 상황 속에서도 분위기를 풀어주셔서 재밌었다. 그런데 그런 기억이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영화를 보니 무서웠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호원은 "평소에 공포영화를 무서워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 자체로 무서워하지만, 대본을 받고 소재가 흥미로워서 출여하고 싶었다. 이야기 과정들이 디테일하진 않았지만 찍어가면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홍 감독과 뮤직비디오 촬영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신뢰감을 내비쳤다.
기성 배우들은 대부분 스크린 연기가 처음인 아이돌 출신 배우들과의 호흡에 만족해 했다. '혼인' 에피소드에서 이민혁과 합을 맞춘 이영진은 "이민혁이 짧은 일정이었지만 인상 깊을 정도로 성실했다. 생각보다 밝은 친구여서 호흡하는 짧은 일정이 아쉬울 정도였다"며 "이 자리에 함께 있지 않은 게 서운할 정도"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무대에서 봤던 분들이 연기하는 걸 봐서 신선하고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혼숨' 에피소드에서 특별한 관계의 친구를 연기한 이수민과 아린은 "촬영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이수민은 "아린과 함께 찍게 됐다는 걸 듣고 정말 설렜다. 평소 좋아하던 분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갔다"며 "아린이 이런 연기가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말 잘해줬다. (스크린에서는 다 보여지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정말 달달하게 찍었다"고 남다른 호흡을 자랑하기도 했다. 오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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