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2.88%대까지 상승하면서 하락 마감했습니다. 한때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결국 나스닥이 0.14% 내린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020%, 0.11% 빠졌습니다.
실제 고물가 우려가 이어지면서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어디까지 갈까?”라는 궁금증이 다시 커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시장에 계속 부담을 주는 물가 상승과 긴축, 경기침체에 관한 내용을 다시 점검하고 추가로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고물가에 인플레 타깃 인상론 시간문제” vs “정책실패 자인·혼란 유발 쉽지는 않아”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나와 인플레이션 피크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끝나는 지점 근처에 있지 않다”며 “시장에는 또다른 강한 인플레 요인이 있으며 이는 노동시장에서 나온다”고 했는데요.
미국은 일자리는 많은데 사람을 못 구해 난리입니다. 실업률은 3.6% 수준에 불과하지요. 이는 임금상승 요인이 되며 가뜩이나 높았던 물가상승 압력을 더 키웁니다. 엘 에리언 고문은 “단기적으로는 3월 CPI 수치인 8.5%에서 떨어지겠지만 많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연준이 인플레 기대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 연말 다시 한번 상승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실제 임금인상은 제품가격 인상뿐만 아니라 렌트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집값이 많이 상승한 상황에서 집주인들 역시 임차인의 소득이 증가한 것을 염두에 두고 렌트비를 마구잡이로 올려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어제 들은 것은 뉴저지의 경우인데 월 3300달러가량이던 아파트(방 3개, 30평 정도) 월세를 1년 연장 시 약 4200달러로 올려달라고 했다는데요. 28%나 올리는 겁니다. 렌트비를 비롯한 거주 비용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3분의1을 차지하죠.
중요한 것은 미국은 보통 1~2년 계약을 하기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월세 인상 흐름이 앞으로도 한동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재계약 때마다 집세를 올려달라고 할 테니까요. 미 전역의 모든 임차인들이 한 번은 돌아야 상승세가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겁니다. 이것만 봐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금세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한데요.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국 가계들은 1년 뒤 미 주택가격이 평균 7% 오르는 반면 월세는 11.5%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합니다.
미국 내 원자재 가격도 계속 들썩이는데요. 이날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100만 브리티시 터말 유닛 당 7.93달러로 8.5% 폭등해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산 대체를 위해 천연가스를 수출하면서 여름에도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리비아의 생산차질 소식에 배럴당 108달러선까지 다시 올랐죠.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옥수수 선물도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부셸당 8달러를 넘어선 8.0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옥수수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인데요.
이렇다 보니 인플레이션 타깃을 올려야 한다는 얘기가 다시 흘러나옵니다. 현재 연준의 목표치는 평균 2%죠. 그런데 물가가 너무 높으니 이를 3% 정도로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타깃을 높이면 연준이 과잉 긴축을 할 확률도 줄어드는데요. 엘 에리언 고문은 “장기적으로 올해나 내년에도 2%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며 “연준의 타깃 변경에 대해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간에는 어렵다고 봅니다. 과거 인플레 타깃 인상 얘기가 나왔을 때는 저성장·저물가가 오래 지속하면서 이를 타개해보자는 방도 가운데 하나였는데 지금은 물가가 너무 높고 이를 달성할 가능성이 적으니 목표 자체를 올리자는 것이기 때문이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상승이 일시적이지 않았다고 시인하기는 했지만 이는 정책실패를 정말 대놓고 자인하는 꼴입니다. 연준을 넘어 정권에도 부담을 지울 수 있는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잘못하면 물가 관리를 포기한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 인플레 기대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면 모를까 지금은 꺼내기 어려운 카드”라고 했습니다.
“14번의 긴축 주기 중 11번이 침체” vs “민간 소비 강해 침체 불가피한 것 아냐”
핵심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잡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타깃을 올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는 거지요. 그렇다 보니 경기침체 가능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미국이 2년 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이 35%라고 밝혔는데요.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4번의 긴축 주기 가운데 11차례가 2년 내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역사적 경험은 인력난을 줄이고 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로 되돌아가는 연착륙이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1년 내는 15%로 평년 수준과 비슷하지만 2년 수치는 평균보다 확실히 높죠.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35%라는 숫자는 의미가 있다”며 “나의 기본 시나리오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둔화)이며 그 다음이 경기침체, (더 적은 확률이) 경제가 괜찮을 경우”라고 봤는데요. 골드만삭스의 예상은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이 발생한 뒤에 12~18개월 뒤에 침체가 왔다는 분석들과 맥이 닿아 있기도 합니다.
물론 모두가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습니다. 매체들도 생각이 다르죠. 이날 야후파이낸스는 “골드만삭스가 2년 내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이 35%라고 했다”며 경기침체 쪽에 무게를 둔 반면 CNBC는 같은 골드만삭스의 리포트를 두고 “골드만삭스가 생각하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는 4가지 이유”를 제목으로 달았습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기대할 수 있는 요소로 △노동시장 정상화 △낮은 장기 인플레 기대 및 공급수요 불균형 감소 △주택투자 감소 예상 △강한 미 가계 등을 꼽았는데요. 이 때문에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고 그럴 수 없더다로 약한 수준의 침체가 올 것이라는 겁니다. CNBC는 “향후 2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은 평균 이상이지만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요.
흥미로운 것은 강한 고용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더 이끌어 경기침체로 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도 하지만 강한 소비를 바탕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하는 강력한 방어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요인을 서로 반대로 보는 거죠.
이는 해석의 문제로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로 볼 수 있습니다. 줄다리기를 할 때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당긴다고 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어느 쪽 힘이 더 큰지에 따라 한쪽 방향으로 쏠리지요. 노동시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경기침체 전망이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어쨌든 미국 가계 상황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은 이날 나온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실적에서도 드러납니다. BofA 고객들의 1분기 신용과 직불카드 사용액이 전년 대비 15%가량 증가했는데요. 같은 기간 평균 예금잔액도 14.2% 커졌습니다.
앞서 실적을 내놓은 씨티와 JP모건 체이스는 1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1년 전 대비 각각 23%와 29% 급증했는데요. 웰스파고도 33% 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 외식과 여행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죠. 인플레이션에 따른 총 금액이 증가한 측면이 있지만 증가폭은 그 수준을 뛰어넘는데요.
미국 경기침체에 관한 한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계속해서 전해드린 대로 경기침체가 반드시 온다는 생각은 갖지 않되, 침체가 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상당 부분 무게를 두면서 대비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35%의 침체확률은 그렇지 않을 확률이 65%라는 점을 의미하지만 35%가 현실화할 경우 그 파급력과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3분의1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죠. 엘 에리언이 “의미가 있다”고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업 실적 어디까지 가느냐가 관건”…차트 분석가들 “증시 어려운 시기 온다”
현재 증시의 1차적인 관심사는 10년 물 국채금리의 방향성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업 수익 등일텐데요. 우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상황이 급변하면 주기적으로 증시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국채금리는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겠지만 금리수준이 외국정부와 연기금이 선호하는 수준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수요 증가에 따른 하락요인이 있습니다. 샘 스토발 CFRA의 최고 투자전략가는 “10년 물 금리가 얼마나 꾸준히, 어디까지 상승할지가 큰 관심사”라고 전했는데요.
기업수익과 관련해서는 모건스탠리가 이날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한마디로 기업들의 수익이 인플레이션 역풍을 맞고 있으며 지금이 피크일 수 있다는 건데요.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은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비용압박 요인을 고려할 때 올해 기업의 마진에 대한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 급등을 촉발했으며 이는 이미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에게 세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수익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최고조에 달했으며 연준이 매파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성장에 역풍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는데요.
인플레이션은 기업에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가격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다면 매출과 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인상폭이 커지면 매출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값이 비싸면 고객들이 소비를 줄일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 때문에 업체들은 1차로 마진이나 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선호하게 되는데 지금의 물가는 기업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죠. 모건스탠리는 2015~2016년 수준의 성장둔화가 일어날 경우 S&P500이 40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이날 4391.69에 마감했으니 8.9% 정도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차트분석가들의 생각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아리 왈드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는 “이달 초의 매도세가 이례적으로 더 확대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전반적으로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22V 리서치의 존 로크는 “나스닥의 200일 이동 평균선이 하락하고 있다. 이는 약세장의 신호이며 지수가 1만1421이나 1만 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며 “누구도 지금과 같은 차트 형태에서 돈을 벌지는 못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나스닥이 1만3332.36에 마감했으니 20% 안팎 하락할 수도 있다는 거죠. CNBC는 “차트 애널리스트들이 증시에 힘든 시기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들은 또다른 큰 하락이 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드렸지만 리비아의 석유생산 차질도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죠. 이 사건 하나만으로도 WTI가 1.2% 뛰면서 110달러를 바라보게 됐지요. 증시도 1분기 어닝은 괜찮을 듯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겠습니다. 변동성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점, 감안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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