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의 청년 주거 사업인 ‘역세권 첫 집’의 공급 대상을 무주택 중장년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공급 물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청년층에 혜택이 몰리게 되면 무주택 중장년층의 역차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인수위에 따르면 인수위 경제2분과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공동으로 구성한 ‘도심 주택 공급 실행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역세권 첫 집의 공급 대상을 연령과 상관없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로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른바 반값 주택으로 불리는 역세권 첫 집은 ‘청년 원가주택’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적인 청년 주거 공약으로 꼽힌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임기 5년간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일부 수정해 역세권 첫 집을 무주택 청년·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중장년층까지 넓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년 원가주택의 경우 2030세대에 한정해 공급하는 반면 역세권 첫 집은 청년 위주로 공급하되 무주택 중장년층 일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30만 가구 규모인 청년 원가주택에 더해 역세권 첫 집까지 청년층에만 할당되면 장기간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중장년층의 소외감을 키우며 세대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중장년층의 주택 수요는 높은 수준이다. 국토부가 이달 14일 인천 영종(589가구)과 평택 고덕(727가구) 등 1316가구에 대한 6차 공공분양 사전청약 접수를 마감한 결과 40대(15.1%)와 50대 이상(15.4%) 청약자의 비중이 전체의 30.5%에 달했다. 20·30대(69.5%)보다는 낮지만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중장년층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중 일정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충족한 경우 역세권 첫 집 당첨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및 자산 기준은 현행 생애 최초 특별공급과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60% 이하는 생애 최초 특공에 도전할 수 있다. 소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부동산 자산이 3억 3000만 원(전세보증금 제외) 이하면 특공 신청이 가능하다.
관건은 임기 내 20만 가구의 역세권 첫 집을 확보할 수 있을지다. 인수위는 임기 첫해인 올해부터 역세권 첫 집 사업지 발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역세권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500%까지 상향하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일부를 기부채납 받아 역세권 첫 집으로 공급하게 된다. 또 역세권 철도차량기지와 빗물펌프장 부지 등을 복합 개발해 일부를 주택 건설 용지로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공공재개발·재건축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등 기존 사업과 연계한 역세권 첫 집 공급 방안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해당 사업으로 기부채납된 임대·분양주택을 역세권 첫 집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공공재개발은 법적 용적률의 120%까지 인센티브를 주고 늘어난 용적률의 20~50%를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을 지어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공공재건축은 용적률을 500%까지 늘려주고 용적률의 4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한다.
특히 도심복합사업은 역세권 노후 주거지 등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역세권 첫 집 공급에 유리하다. 현재까지 확보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만 76곳으로 예상 공급 물량은 10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8곳(1만 3000가구)은 본 지구 지정을 마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과 도봉구 방학역 등 역세권에 위치한 후보지에서 사전청약을 통해 역세권 첫 집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세권 첫 집에 대한 토지주 반발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거론된다. 역세권 첫 집은 시세의 반값으로 공급되는 만큼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추가적인 용적률 상향 등 혜택을 제공해 사업성을 보강하고 역세권 범위를 넓히는 등 사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함께 어우러져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역세권 첫 집 공급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역세권 범위 역시 확대해 공급 활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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