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무리하게 4월 내 통과를 목표로 삼으면서 각종 무리수와 편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의 계획은 각종 ‘꼼수’가 차질 없이 진행돼야만 실현 가능해 법안 통과가 예상 밖 암초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통력직인수위원회가 “검수완박은 입법 쿠데타”라고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중도층 등 민심 이탈이 법안 통과의 명운을 결정할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의당 등 제3지대 소속 의원들의 최종 진로는 4월 임시국회의 승자를 결정지을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저지하려면 국회의원 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172석의 민주당은 무소속 의원 7명을 모두 포섭해도 1명이 모자라 정의당의 동참이 절실하다.
당초 정의당은 수사·기소권 분리에는 찬성하지만 민주당의 추진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내부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강은미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촛불 혁명’의 주요 과제인 검찰 개혁은 진보 정치가 끝까지 책임져갈 사안”이라며 “검찰 개혁은 ‘촛불 혁명’의 명령이자 정의당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당론과 다르게 검수완박 4월 임시국회 처리에 힘을 실은 셈이다. 배진교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대표단과 의원단 연석회의를 통해 입장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뒤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검수완박의 키맨으로 불렸던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권 분리에 힘을 실으면서 예상 밖 1표를 확보한 민주당은 고무된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가 21대 국회에서 검찰 수사권 분리에 찬성 입장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민주당은 정의당의 동의를 못 얻어내도 국회 본회의에서 ‘회기 쪼개기’로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시국회는 일반적으로 30일 단위로 소집하는데 이례적으로 하루 단위로 여러 번 소집하는 편법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는 자동으로 종료되고 필리버스터 안건은 다음 회기에 상정된다. 26~27일께 4월 임시국회를 끝내고 27~29일 하루짜리 임시국회를 각각 소집하면 두 건의 검수완박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은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킬 때도 이와 유사한 방법을 썼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미국·캐나다 순방 문제도 의장의 사회권 이양으로 풀겠다는 방침이다. 의장의 본회의 사회권, 법안 상정권 등을 민주당 출신 김상희 국회부의장에게 넘기도록 하는 방법이다. 다만 중도 성향의 박 의장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원내 1당 지위를 내세워 이처럼 각종 꼼수를 이어가면 여론의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 있다. 특히 6월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놓고 중도층의 민심 이탈이 가속화되면 입법 동력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당 내부에서는 흘러나온다.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을 무리하게 단독 처리했다가 여론의 역풍에 직면해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과오를 되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의 태세 전환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수위가 여론전에 직접 뛰어들면 신구 권력 충돌 구도가 형성되면서 관망하고 있던 중도층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위는 이날 “검수완박 입법 폭주를 즉각 중단하라”며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13일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당론을 채택한 것을 두고 ‘헌법 파괴 행위’라고 질책한 데 이어 입법 추진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는 서울 통의동에서 브리핑을 열고 “검수완박법은 위헌적 법안으로 정당성·정합성이 없을 뿐 아니라 힘없는 국민에게 피해가 오롯이 돌아갈 뿐”이라며 “검수완박은 입법권의 사유화이자 입법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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