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가뭄이 겹치며 전 세계 주요 곡창지대가 극도의 생산 부진에 빠졌다. 우크라이나 ‘흑토’ 지역 , 북미 ‘프레리’, 아르헨티나 ‘팜파스’ 등 세계 3대 곡창지대에 이어 중국까지 작황에 문제를 일으키자 애그플레이션이 통제 불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3월 곡물가격지수는 170.1로 전달보다 17.1% 상승했고 1년 전보다는 37.3%나 치솟았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국제 식량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국 재무장관들과 논의에 나섰다.
식량은 안보 문제와 직결돼 있다.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급등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식량 확보에 차질이 생길 경우 경제·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980년대 50%를 넘던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010년 25.7%, 2020년 1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바닥권으로 추락했다. 캐나다(192%), 미국(120.1%), 중국(91.1%) 등의 곡물 자급률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일본도 2010년 24.8%에서 10년 사이에 27.3%까지 끌어올렸는데 우리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해외 식량 기지 발굴 작업도 진척이 거의 없다. 지난해까지 해외농업자원개발을 신고한 우리 기업 206곳 중 실제 경영을 한 곳은 75곳뿐이다. 이들을 통해 반입한 곡물량은 63만 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3.8%에 그쳤다. 미국 등은 곡물 메이저 기업을 중심으로 식량을 국가 핵심 자원으로 키우는데 우리는 기왕에 해외로 진출한 기업도 사장시키고 있다.
광물·에너지 안보와 함께 가장 중요한 식량 안보는 범정부 차원에서 그랜드플랜을 짜고 총력을 기울여야 할 과제다. 윤석열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을 ‘적폐’로 취급하고 식량 문제에 손을 놓은 전임 정부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식량 안보를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해 유사시에 대비해 ‘해외 곡물 생산 기지’를 구축해야 한다. 식량 공급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외국 곡물 메이저에 버금가는 대형 곡물 업체를 키울 비전도 수립해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