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0.25%포인트의 정책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은이 시장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변화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어긋나는 것이었다. 금통위가 신임 총재의 부임을 기다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만큼 사태가 녹록지 않다고 인식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물가와 관련된 각종 지표가 이 같은 추론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목표로 삼은 2%를 훌쩍 넘어섰을 뿐 아니라 2011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물가를 둘러싼 대외 여건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우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른 유동성 축소와 가파른 금리 인상을 공언했고 유럽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독일 7.3%, 스페인 9.8% 등으로 1980년대 이후 최악의 물가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글로벌 경제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상당한 기간의 금리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규모로 풀렸던 유동성을 흡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며 미중 무역 분쟁, 소련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물가를 자극할 요인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향후에도 쉽게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는 경제정책 담당자의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문제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위축 효과를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먼저 실물경기다. 코로나19의 충격에도 성장률은 전반적으로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필두로 한 방역 조치로 내수 의존도가 높은 영역에는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방역 조치 해제 이후 그간 억눌려온 소비심리가 폭발적으로 실현되는 소위 ‘보복소비(revenge spending)’가 어려움을 일정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규모와 지속성의 측면에서 크게 기대할 바는 못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부채, 특히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부채의 문제다. 차입자 대부분이 금리 변동 위험에 직접 노출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부채 보유 가구에 직접적 타격이 될 것임이 명확하다. 특히 자영업자의 경우 코로나19 발생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 말 이미 9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이 가운데 4분의 1가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한 것이다. 방역 조치로 영업 기반이 상당 부분 잠식된 자영업자 중 상당수는 금리 인상을 감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가계대출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추가 금리 인상을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강력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머지않은 장래에 두 자릿수 대출금리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물가 추이를 볼 때 앞으로 상당 기간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정도의 금리 인상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민간 부채 부담 가중 문제에 대해 세심한 정책 조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눈앞에 닥친 물가 상승, 불확실성 확대, 부채 부담 가중의 삼각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 경륜과 전문성을 가진 현자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새 정부 경제팀과 신임 한은 총재가 얽힌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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