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열리는 정기 수요시위를 열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이 정부와 경찰에 ‘수요시위 정상화’를 촉구했다. 일부 단체가 장소만 선점하고 집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수요시위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 정의연 측의 주장이다.
정의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경찰은 적극적인 조치로 수요시위 보장의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최근 몇 년 역사 부정 세력이 '위안부는 거짓'이라며 피해자를 향한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수요시위를 얼룩지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1월 긴급구제 결정을 통해 반대 집회 주최 측 일부가 장소만 선점하고 어떤 집회도 개최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며 "법률을 집행해야 할 종로경찰서는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평화로운 수요시위가 지속될 수 있도록 경찰의 강력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은 정오께부터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앞 찻길로 이동해 제1천540차 정기 수요시위를 진행했다.
앞서 정의연은 집회 장소를 선점한 반 수요시위 단체에 밀려 중학동 케이트윈타워 앞 인도와 1개 차로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해왔지만, 이곳마저 반 수요시위 단체에 선점당하자 결국 차로로 밀려나 수요시위를 열었다.
포근한 날씨 속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집회 참가 인원 제한이 사라지면서 이날 수요시위에는 평소보다 많은 150여명의 활동가와 시민이 참석했다.
하지만 반대단체와의 충돌을 막기 위한 경찰 차벽이 설치되는 등 집회 공간이 협소해 주최 측은 무대도 설치하지 못하고 1.5t 트럭 위 간이 무대에서 집회를 진행했다.
반 수요시위 단체는 강하게 항의했다.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반대단체 집회 참가자 30여명은 수요시위 주위를 둘러싸고 확성기·스피커를 이용해 "윤미향을 구속하라", "사기 시위 중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 같은 상황에 양측 참가자 일부가 욕설을 주고받는 등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으나, 집회는 큰 충돌 없이 오후 1시께 마무리됐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취재진에 "소녀상 주변 인도를 반대단체가 모두 선점해 차로에 집회를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이 집회 장소 조정 등 조처를 하지 않으면 다음 주 수요시위도 찻길 등 다른 장소에서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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