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재정난으로 가동 중단에 처한 원자력발전소에 총 60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의 지원금을 투입한다.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이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19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에너지부는 경제적 이유로 가동을 중단했거나 중단될 위기에 직면한 민간 원전 소유주와 운영자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1차 지원 대상은 이미 가동 중단을 선언한 원전이며 재정난으로 중단을 앞둔 민간 원전 사업자들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재원은 지난해 11월 미 의회가 통과시킨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서 조달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28개 주에서 55개 원전, 93기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미국 주 정부의 3분의 2는 화석연료 대체에 도움이 된다며 원전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다만 다수의 원전이 1970~1990년대에 설치돼 노후한 탓에 운영비 문제에 직면해 있다. WP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당초 허가된 기한보다 조기에 가동을 중단한 원전은 10여 곳에 달한다. 대부분 화석연료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거나 유지 보수 비용이 비싸 경제성이 낮은 곳들이다. 최근에도 원전 7곳이 2025년까지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이들 원전에 지원금을 대기로 한 것은 풍력·태양열·지열만으로는 청정에너지 비율을 올리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원자력발전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청정에너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을 꾸준히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전 중단 시 일어나는 문제를 막으려는 취지도 있다. 에너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원전 가동을 폐쇄한 지역은 대기 질이 악화하고 일자리 감소로 경기가 침체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앤드루 그리피스 에너지부 차관보 대행은 “원전 가동이 조기에 중단될 경우 화석연료의 사용이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60억 달러를 신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충전 시설, 에너지효율화 등에 투입하면 원전 투자보다 화석연료 대체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시에라클럽 등 탈원전 단체는 “원자력에 투자하면 안전하고 저렴하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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