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 헤드 디자인은 다양하다. 색도 화려하다. 드라이버, 아이언 등과 달리 예술성이 가미된 유일한 클럽이다. 이런 이유로 퍼터는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전 세계 골프채 중 가장 유명한 클럽을 꼽으라면 단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스카티 카메론 뉴포트 2’ 퍼터다. 우즈의 메이저 15승 중 14승을 함께했다. 그냥 ‘더 스카티 카메론’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인 스카티 카메론 퍼터는 빨강, 노랑, 파랑의 원색과 스탬프 등이 조화를 이루며 멋을 뽐낸다. 도자기로 따지면 고려청자다. 우즈의 요구대로 만들어진 더 스카티 카메론은 밋밋하고 투박하다. 꾸밈 없고 수수한 조선백자다. 장식은 ‘체리 밤(Cherry Bomb)’으로 불리는 붉은색 점뿐이다. 헤드 앞과 뒤에 하나씩 찍혀 있다. 헤드 뒤 양 측면에는 각각 ‘Tiger’와 ‘Woods’ 글자가 새겨져 있다. 우즈가 1999년부터 사용한 탓에 낡았다. 스위트 스폿 부분이 닳아 변색돼 있을 정도다.
더 스카티 카메론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짐작은 해볼 수 있다. 지난해 우즈가 대회 때 사용하지도 않았던 ‘백업(예비용)’ 퍼터가 경매에서 39만 3300 달러(약 4억 5000만 원)에 낙찰됐다. 최근에는 우즈가 2000년 US 오픈부터 2001년 마스터스까지 메이저 4개 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할 때 사용한 ‘타이거 슬램’ 아이언이 515만 6162 달러(약 63억 원)에 팔렸다.
메이저 우승으로 따지면 더 스카티 카메론은 14승, 타이거 슬램 아이언은 4승을 이룬 클럽이다. 우즈는 아들 찰리조차도 더 스카티 카메론을 함부로 만지지 못하게 했다. 미국 골프닷컴은 더 스카티 카메론이 경매에 나온다면 적어도 ‘8자리 숫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1000만 달러는 넘는다는 뜻이다.
우즈의 손을 거쳐 간 퍼터는 스카티 카메론 외에 핑, 오디세이, 나이키, 테일러메이드도 있다. 주니어 시절 우즈는 대부분 핑 퍼터를 사용했다. 1990~1991년까지는 브론즈 핑 앤서 모델을, 프로 전향 직전인 1996년까지는 실버 핑 앤서 2 모델을 애용했다. 지금도 그립만은 핑의 PP58을 끼운다. 어린 시절부터 손에 익은 ‘감’ 때문이다.
우즈는 1996년에는 세 차례나 퍼터를 바꿨다. NCAA(미국대학스포츠협회) 개인전 정상에 오를 때는 오디세이 듀얼 포스 660 퍼터, 9월 프로 데뷔전 때는 스카티 카메론 뉴포트, 10월 프로 첫 두 차례 우승 때는 스카티 카메론 스카티데일 퍼터를 들고 나왔다.
역사적인 메이저 첫 우승(1997년 마스터스)은 스카티 카메론 뉴포트 Tel3 퍼터로 해냈다. 1998년 디 오픈 때는 마크 오메라(미국)의 핑 앤서 2 백업 퍼터를 들고 나갔다. 당시 오메라가 우승, 우즈는 3위를 했다. 오메라는 “내가 1등을 했고 우즈는 나보다 뒤졌다”며 “그게 바로 백업 퍼터인 이유”라고 했다. 우즈는 일자형 퍼터를 선호했지만 한때는 헤드 뒤가 불룩한 말렛 스타일의 나이키 메소드 003(2011년)이나 테일러메이드의 아드모어 3(2018년)를 사용한 적도 있다. 2013년 이후 5년 동안 침체기를 겪던 우즈는 2018년 스카티 카메론 뉴포트 2 퍼터로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해 투어 챔피언십에서 5년 만에 우승했다.
스카티 카메론 퍼터는 수집가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다. 그 중에서도 GSS(저먼 스테인리스 스틸) 라인을 최고로 친다. 우즈의 뉴포트 2도 GSS로 만들어졌다. GSS는 퍼터 소재의 샤넬이나 페라리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14세 때 스카티 카메론 스튜디오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내심 GSS 퍼터를 갖고 싶었다. 친구도 “이건 5000~1만 달러나 한다. 무엇보다 타이거 우즈가 사용한다”며 바람을 넣었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 스피스에게는 다른 모델이 적합한 것으로 나타나 결국 GSS를 갖지는 못했다. 스피스는 2009년부터 스카티 카메론 009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009는 샌디에이고 지역 우편번호다. 스피스는 009로 메이저 3승을 포함해 통산 13승을 했다. 가격에 상관 없이 누구에게나 ‘인생 퍼터’는 따로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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