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노후 원자력발전소 재가동을 위해 60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에는 1970~1990년대에 지어진 원전이 많아 노후 시설 운영 비용 부담 때문에 당초 허가된 기한보다 조기에 가동을 중단하는 원전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방향을 수정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노후 원전 재가동은커녕 새로 짓는 원전도 정부의 허가 지연 등으로 가동이 늦어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및 신한울 1·2호기 준공 지연에 따른 전력 구매 관련 손실이 7조 원에 달한다.
인수위가 20일 원전 18기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탈원전 정책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첫걸음이다. 인수위는 설계 수명 만료를 앞둔 원전의 계속 운전 신청 시기를 현재 설계 수명 만료 2~5년 전에서 5~10년 전까지로 늘리기로 했다. 빠듯한 신청 기간 탓에 심사 도중 설계 수명이 다해 원전이 멈춰서는 문제를 막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원전 비중을 줄이는 대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난개발, 부족한 풍력·일조량 등의 문제로 원전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인수위가 현 정부에서 ‘한국판 뉴딜’로 추진한 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 건설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 배출량 40%를 감축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시한 바 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21일 포럼에서 “원전 활성화 없이 2030년 탄소 배출량 40% 감축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새 정부는 현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과 과속 탈탄소 계획을 멈춰 세우고 백년대계 차원에서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이념과 정치가 아니라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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