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가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 하기로 한 가운데 통폐합 학과생의 ‘졸업장’ 문제를 두고 학생 반발이 커지고 있다. 서울캠퍼스로 통폐합된 글로벌캠퍼스(용인) 학과 학생에게 서울 졸업장을 주기로 하는 학칙 개정안이 공고됐는데, 당초 학생들이 가장 크게 반발했던 부분이 변화 없이 유지돼서다. 학교-학생 갈등을 넘어 서울-글로벌 캠퍼스 간 학생들의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한국외대는 지난 19일 학교 통폐합을 위한 학칙 개정안 수정 공고를 했다고 22일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 4차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위해 경기 용인에 위치한 글로벌캠퍼스의 외국어계열 유사학과(부) 일부를 서울캠퍼스로 통합한다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앞서 한국외대는 지난 4일 글로벌캠퍼스 통번역대학 8개 학과, 국제지역대학 4개 학과 등 12개 학과를 통폐합하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의견수렴을 거쳐 19일 공고된 개정안에서는 8개 학과를 대상으로만 추진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발이 가장 컸던 ‘졸업장’ 관련 규정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논란이 재점화 하고 있다. 문제가 된 규정은 통폐합 해당 학과의 재적생이 ‘0명’이 되는 시점 이후의 졸업증명서는 서울캠퍼스 해당학과명으로 발급한다는 규정이다. 가령 현재 통폐합 대상인 글로벌캠퍼스의 브라질어과에 재학 중인 학생이 현재 졸업증명서를 발급받으면 그대로 ‘브라질어과’로 표기되지만, 브라질어과로 입학한 모든 재적생이 졸업한 시점부터는 통폐합된 서울캠퍼스의 학과(포르투갈어)로 표기된다는 것.
학생들은 서울캠퍼스 학생과 글로벌캠퍼스 학생의 입시 성적이 차이가 나는데 같은 캠퍼스명의 학위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하고 있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도 지난 11일 기자회견 열고 “학교는 학과 구조조정을 전면 재논의하라”며 "시혜적인 관점에서 주어지는 졸업증명서로는 결코 해소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후 학교도 학생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해당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서 학교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학교 본부의 학생 의견 반영 없는 학칙개정을 규탄하고 서울캠퍼스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과 캠퍼스 간 갈등 조장 중단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전날 기준 1800명 가량의 연서명까지 받았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캠퍼스 간 학생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졸업증명서’ 문제를 두고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 총학생회 간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으며, 현재 한국외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서울캠퍼스 학생과 글로벌캠퍼스 학생 간 상호 비방 글들이 게시되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2014년 서울캠퍼스와 글로벌캠퍼스의 본·분교 통합 과정에서도 학내 구성원 간 비슷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당시 학교는 본·분교를 통합하고 서울캠을 어학, 글로벌캠을 지역학·통번역학 위주로 특성화 해 ‘이원화 캠퍼스’ 체제로 전환했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당장 글로벌캠퍼스 학생이 서울캠퍼스 학과명으로 졸업증명서 발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며 “구조조정 해당 학과의 재적생이 0명이 되는 시점부터인데, 학교는 이 기간을 통상 7~8년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는 구조조정의 보상차원에서 서울캠퍼스 졸업증명서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통합된 ‘하나의 외대’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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