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여자친구의 원룸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가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백승엽)는 22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26)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10일 오전 7시 40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한 원룸 4층에 있는 여자친구 B씨의 집에 휘발유를 뿌린 뒤 라이터로 불을 지르고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방 안에 있던 B씨 등 2명은 심한 화상 등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수사기관에서부터 항소심까지 A씨는 겁을 주기 위해 휘발유를 뿌렸을 뿐 불을 지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치료한 담당의사와 부검의는 피해자 화상 면적이 전체 신체의 90% 이상에 달해 휘발유가 묻은 부분과 묻지 않은 부분에 대한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혐의를 부인했던 A씨도 양 다리와 손 등 신체의 49%에 화상을 입었기에 그가 불을 낸 것으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화재 발생 시점과 침대 매트리스에 휘발유가 집중적으로 뿌려진 점 등을 이유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룸 안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 2명을 사망케 한데다 빌라에 거주하던 다른 사람의 생명에도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뻔 했다”며 “피해자들은 사망 과정에서 고통과 공포를 느끼고 유족들은 평생 치료 받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는 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