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여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합의안을 최고위원회에서 재검토한다는 강수를 들고 나온 것은 졸속·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중대범죄수사청 발족과 함께 2개 분야에 대한 검찰 수사권도 폐지하기로 한 데 대해 ‘시한부’ 검수완박이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또 검찰 수사 분야에서 선거·공직자 범죄가 먼저 빠진 데 대해 여야 정치인들의 야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번 합의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사수했다고 강조했으나 여론은 냉담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이를 의식한 듯 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없애기로 한 데 대해 개인의 뜻이라고까지 전제하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정치인 스스로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지 않게 하는 것은 이해 상충”이라며 “많은 국민들과 지식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여야 합의안은 졸속 처리라는 취지로 반대했다. 그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서조차 서민 보호와 부정부패 대응에 많은 부작용과 허점이 드러났는데 그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추가 입법이 되면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 후보자 등을 포함해 일선 수사 경험자들의 우려는 타당하다”며 힘을 실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우회적으로 여야 합의안이 마뜩잖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검수완박 여야 합의 입장에 대해 “일련의 과정들을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습들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며 “취임 이후에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장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검찰의 6개 분야 중 4개 분야 수사권 폐지를 직접 반대한 것은 아니나 취임 뒤로 미뤄진 경제·부패 범죄 수사권 폐지에는 관여하겠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수완박에 반발해 검찰총장을 사퇴하며 중대 수사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한 측근은 “지금 합의한 안이 당선인의 뜻과 100%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합의 당사자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연이어 두 건의 글을 올리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는 먼저 “선거와 공직자 범죄를 사수하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했다. 뒤이어 올린 글에서는 “의석수가 부족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실망한 마음을 치유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에 법률가들과 현장 수사 인력을 포함한 공청회 진행을 요구했다. 또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검수완박을 집중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관점을 가진 한 후보자에 대한 질의를 통해 민주당이 이 입법 추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면 민주당으로서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여야의 강 대 강 대치 회귀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시 최고위를 열어서 재검토 한다는 것은 권 원내대표에게 그만두라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 당선인의 ‘취임 뒤 헌법 수호’ 입장에 대해 “벌써 여야 합의 내용을 파기하기 위한 밑자락을 깔고 있지 않은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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