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를 ‘야합’이라고 성토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확산되자 국민의힘이 2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중재안을 재논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직자·선거 범죄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당초 합의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파기 즉시 검찰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내 강경파는 중재안이 아니라 곧바로 검찰 수사권을 모두 박탈하는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검수완박을 강행하기 위해 ‘위장 탈당’ 등 꼼수를 총동원해 의회 민주주의를 흔든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협박한 것이다.
국회의장의 주선으로 여야 원내대표가 22일 합의했던 중재안의 핵심은 6대 중대 범죄 가운데 공직자·선거 범죄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여야 의원들 스스로 검찰 수사 대상에서 자신들을 빼버린 ‘셀프 방탄 입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9월부터는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 등을 수사할 수 없다. 하지만 공룡 경찰 조직에 대한 견제 장치는 전무한 상태이고 검수완박의 위헌 논란도 해소되지 않았다. 국민들의 피해는 나 몰라라 하고 힘 있는 정치인들에게만 방패를 쥐여주는 격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중재안에 대해 “민생 범죄에는 눈감고 정치권은 치외법권화하는 데 의기투합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70여 년간 이어진 형사 사법 체계 변경을 2주 만에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명백한 ‘의회 쿠데타’다. 국회는 졸속·위헌 입법으로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말고 검찰·경찰·법원 등을 망라하는 포괄적 사법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숙의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는 잘됐다”면서 “가능하면 (여야) 합의하에 처리되면 더 좋다”고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 전에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무리수를 둔다면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국민들이 저항권을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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