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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불법촬영' 폰 확보도 안해…부실조사 경찰 '유죄'

경찰 간부, 정준영 측 변호인에 식사대접 받아

재판부 "소홀함 넘어 직무에 대한 포기로 판단"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 사건을 부실하게 조사해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된 경찰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2016년 가수 정준영이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입건됐을 당시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한 경찰관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신혁재 부장판사는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뇌물수수·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 간부 A(57)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한 벌금 5만원과 추징금 1만7000여원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16년 8월 무렵 수사 과정에서 정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라는 상급자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범행 영상 확보 없이 정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정씨의 변호인으로부터 '휴대전화나 포렌식 자료 확보 없이 사건을 신속하게 송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식사를 대접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정씨는 조사에서 "피해자가 촬영에 동의한 것으로 생각했고, 동영상은 촬영 직후 바로 삭제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A씨는 정씨가 범행을 시인했다는 내용의 허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포렌식 업체에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변호인으로부터 같은 취지의 확인서를 대신 받아 보고에 포함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사건 수사에서 공소 유지에 필수적인 증거 확보를 위한 수사절차를 다 이행하지 아니한 채 형식적인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태만으로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소홀히 수행한 것을 넘어 직무에 관한 의식적인 방임이나 포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장기간 경찰로 근무하며 특별한 징계를 받은 바 없이 성실히 근무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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