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7%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2%와 비교하면 가라앉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올 성장률 목표치 3% 달성은커녕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초입에 들어섰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성장의 질이다. 수출만 4.1% 증가했고 내수는 온통 잿빛이다. 민간 소비는 0.5% 뒷걸음질했고 설비투자는 4.0% 감소해 3년 만에 최악이다. 우리 경제의 고질병인 수출 주도의 ‘외발 성장’이 확연해진 것이다.
1분기 성적은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음을 보여준다. ‘소득 주도 성장’으로 포장한 문재인 정부의 세금 주도 성장은 민낯이 드러났다. 국가 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 정부 부채(D2)의 2012∼2023년 연평균 증가율은 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8%)은 물론 재정 위기를 겪은 그리스(2%)보다도 높다. 게다가 규제 사슬과 높은 세금 등 반(反)시장 정책으로 족쇄를 채우니 우리 기업의 해외 엑소더스는 끝이 없다. 이에 따라 100대 기업의 해외 법인 매출 비중이 지난해 51.2%에 이르렀다.
새로운 성장 통로가 보이지 않자 단기 부동 자금은 2년 만에 481조 원 급증하며 1701조 원으로 치솟았다. 반면 실물 현장에서는 우량 기업까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새 정부는 길 잃은 돈을 투자의 마중물로 돌려 신성장의 물꼬를 여는 것에서 정책 전환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 규제·세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쟁국보다 우월한 환경을 만들고 기울어진 노동시장을 교정하면 기업은 너도나도 투자 전선에 뛰어들 것이다. 정부가 서비스업 등 고부가 내수를 확충하면 양질의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위기의 터널을 건너기 위한 키는 대통령에게 있다. 최고 지도자가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으로 노동·규제·연금·교육 등 구조 개혁을 추진해야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찾고 신산업의 꽃을 피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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