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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국민투표, 3개의 '장벽' 넘어야 한다

①국가안위

"국가안위 범위는 광의적 개념

공동체에 영향 초래 투표 가능"

"의회주의 붕괴 될 것" 반론도

② 헌법불합치

투표인명부 하위법 정비 안돼

선관위 국민투표 불가능 입장

尹측 "정식 결론 아니다" 일축

③ 재신임 변질

법안 국회 통과 이후 찬반 물어

출범 한달도 안돼 레임덕 위험

국민의힘 내에서도 신중 목소리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국민투표 불가능 입장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비롯한 보수 시민단체, 학계 등을 중심으로 ‘국민투표론’이 확산하고 있다.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한 만큼 국민의 뜻을 직접 물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투표법에 따라 다음 달 13일까지 국민투표 공고를 내면 6·1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국가 안위에 부합하는지 여부와 헌법 불합치로 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데 대한 입장 등이 엇갈리는 탓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재신임 투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도 작용할 수 있다.



①국가 안위 “맞다” “아니다” 해석 맞서=검수완박이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해당하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28일 국회에서 열린 ‘검수완박 vs 부패완판 범국민 토론회’에 참석한 이호선 국민대 교수는 “검수완박 법안은 공동체의 안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한다”며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국민의 일상적 삶을 편안하게 하는 내치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으로 국가 안위와 직결된다”고 말했다. 황도수 건국대 교수도 “국가 안위의 범위는 규정되지 않아 적용 여부는 광의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안위의 범위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반론도 상당하다. 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투표는 의회주의에 예외를 두는 사안으로, 그 권한을 임의적으로 확장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 의해 의회주의가 붕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②헌법 불합치 받은 ‘국민투표법’법 개정, 7년 손 놔=투표인 명부 작성과 관련된 하위법이 정비되지 않아 국민투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도 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국민투표법 14조 1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재외국민의 경우 국민투표를 공고한 시점에 국내에 주민등록을 해놓았거나 국내 거소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규정돼 있었다.

헌재는 이와 관련해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돼 있더라도 재외국민은 국민이므로 이들의 의사는 국민투표에 반영돼야 한다”며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5년 12월 31일까지 해당 법안을 개정해야 했지만 지금까지도 정치권은 합의를 못 하고 있다. 이 같은 근거로 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정식으로 중앙선관위에 안건을 상정해 결론 난 것도 아닌데 사무처 직원들이 이야기한다”며 “월권이 아니냐”고 일축했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도 “국민투표법의 일부 흠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국민투표 부의권은 여전히 살아 있다”고 힘을 실었다. 전·현직 교수 6000여 명을 회원으로 둔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도 긴급 성명을 내고 선관위의 주장은 월권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③재신임 투표로 변질 가능성도 부담=정치적 논쟁도 있다. 즉 국민투표가 윤 당선인의 신임·불신임을 묻는 투표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투표는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찬반을 묻게 된다”며 “결국 재신임 투표가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책 결정을 해놓고 투표를 하다 보니 여당이냐, 야당이냐는 편 가르기 투표가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수도권 의원은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 급식 주민 투표 역시 정책 투표였지만 결과는 재신임 투표가 됐다”며 “새 정부 출범 한 달도 안 돼 레임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첫 당정협의 후 기자들을 만나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 후 (국민투표가) 필요하다고 하면 당은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현재까지는 검수완박을 막아야 한다는 절실한 의지의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묻는 국민의힘과 일방통행 독선 민주당’ 프레임이 작동할 경우 국민투표 실시 여부와 별개로 지지층 결집과 선거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당내 기대감도 관측되고 있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 수사권 축소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의원들이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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