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뒤엎고 -1.4%(전분기 대비 연환산 기준) 역성장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기업의 실적이 좋게 나오고 향후 성장률이 완만한 추세로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에 크게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3% 넘게 폭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47%, 1.85% 올랐는데요.
월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 수치를 완전히 무시했습니다. 증시는 올랐고 채권금리도 뛰었죠. 변동성이 큰 무역수지와 재고가 주요 원인이라 일회적이라는 건데요. 당초 일부 언론서 헤드라인 수치만 보고 마치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처럼 분석하기도 했는데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닙니다.
하지만 마이너스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를 무시할 수는 없는데요. 오늘은 미국의 1분기 GDP와 이것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
월가 “경기침체 온다는 뜻 아냐” 한목소리…“2분기 마이너스 가능성 없어”
우선 GDP 공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요. GDP 공식은 ‘GDP=가계지출+기업투자+정부지출+순수출(수출-수입)’입니다.
미국의 1분기 GDP가 전망치(1%)를 밑돈 데는 이중 순수출 부문, 즉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마이너스 폭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미국 내 소비 수요가 큰 데 이를 수입을 통해 메웠다는 것이죠. 수입 증가로 인한 GDP 감소분이 무려 3.2%포인트에 달하는데요.
재고도 중요합니다. 공급망 이슈로 지난해 4분기 많은 기업들이 재고를 상당히 많이 쌓아놨는데, 이 때문에 1분기에는 재고를 더 많이 추가하지 않았죠. 재고가 지난해 4분기 2600억 달러에서 1분기 350억 달러로 증가폭이 감소했는데요. 수요가 줄어들면 생산이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에 GDP에는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이것이 -0.8%포인트 정도 기여했죠.
지금은 강한 수요에 다시 재고를 쌓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 경우 생산이 늘겠죠. 이안 셰펴드슨 판테온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GDP는) 도매업자와 소매업자들이 재고를 늘리기로 하면서 소비재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런 상황은 계속될 수 없고 적절한 시점에 수입은 감소할 것이며 순수출 항목이 2분기와 3분기에는 GDP 확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실제 많은 전문가들이 2분기에는 완만한 성장세로 돌아갈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우선 소비가 계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소비는 1분기에 연환산 기준으로 2.7% 성장하면서 지난해 4분기보다 더 증가했습니다. 기업투자도 9.2% 급등했죠.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항공모함”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소비가 좋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탄탄하다는 얘기입니다. 씨티그룹의 이코노미스트 베로니카 클라크는 “우리는 1분기 GDP가 2020년 2분기 팬데믹 이후 첫 감소라고 해도 놀라거나 우려하지 않는다”며 “2분기에 또다른 마이너스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마이너스라는 수치에도 경기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인데요.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일시적인 현상이지 경기침체의 전주곡이 아니”라며 “경기침체가 오고 있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 언론의 시각도 비슷한데요. 뉴욕타임스(NYT)는 “1분기 GDP는 가장 변동성이 큰 두 요소인 재고와 국제무역의 결과로 이를 뺀 지표는 인플레이션 감안 시 1분기에 0.6% 상승했다”며 “이는 지난해 말보다 다소 높다”고 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경기침체가 금방 일어날 것이라고 보기 매우 힘들다”고 했죠.
정리하면 무역수지 악화가 가볍게 지나갈 문제는 아니지만 기저의 소비가 강하고, 기업들은 투자를 늘릴 예정이며 공급망 문제에 따른 재고 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건데요. 빌 애덤스 코메리카 뱅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강한 소비지출과 기업투자, 고용이 있어 미국은 침체에 빠진 게 아니”라며 “성장은 무역적자와 재고 같은 악영향 요소가 작아지는 2분기에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비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핵심…“긴축에 수요는 줄어 美 GDP 최소 2%대로 낮아질 것”
전반적으로 이번 마이너스 수치가 큰 의미가 없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1.4%가 놀랍지 않은 건 아닙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폭스뉴스에 “수치가 낮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것은 쇼킹하다”며 “속보치라고는 하지만 8.5%의 인플레이션과 -1.4%의 GDP 성장 수치는 매우 안 좋은 분기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무역적자 확대도 가볍게 볼 게 아닙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도 “어떤 식이든 마이너스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좋지 않은 건 맞다”고 했죠.
핵심은 앞으로 소비가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폴 애쉬워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북미 이코노미스트는 “소비는 1월에 크게 늘어난 데이어 2월과 3월에는 줄어들고 있다”며 “2분기 GDP는 2%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 올해 전체적으로는 2.4%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는 아니지만 지난해에 비하면 크게 둔화하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특히 빠르게 오르는 인플레이션이 구매력을 낮추고 있습니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5% 올랐는데 실질 수입은 되레 감소하고 있죠. 3월에 시간당 평균 수입은 5.6%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실제 소비감소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이날 맥도널드는 1분기 메뉴 평균 가격이 8%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 내 매출이 3.5% 증가하는데 도움이 됐지만 고객 수와 주문금액이 줄어드는 모습이 일부 나타난다는데요. 맥도널드는 “소비자들이 아직 가격 인상에 불만을 드러내지는 않지만 방문 고객 수는 1년 전봐 비교해 약 1% 감소했으며 방문 시 고객들이 주문하는 음식 수가 줄고 있으며 더 싼 것을 찾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도브 비누를 만드는 유니레버는 1분기에 가격을 평균 8.3% 인상했는데 판매량이 1% 정도 감소했다고 합니다. 반면 가격을 상대적으로 덜 올린 네슬레(5.2% 인상)는 판매물량이 2.4% 늘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 실제로 소비에 영향을 줄 것임을 의미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옥수수와 콩 가격이 최고치에 근접하면서 식품 가격을 더 밀어올리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과 남미의 가뭄, 바이오연료 수요가 이를 부채질하는 중”이라고 했는데요.
추가로 알아야 할 게 연준의 긴축입니다. 5월 0.5%포인트 금리인상이 예정돼 있죠. 금리인상에 수요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은 성장 스토리이긴 하지만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가계 저축률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정말 높고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라며 “인플레는 소비여력에 타격을 줄 것이고 수요는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는데요.
월가의 시각도 비슷합니다. 케이티 코치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공공주식 CIO는 “우리가 집중하는 세가지는 소비와 중국, 인플레이션인데 이중 소비는 매우 강하며 레스토랑과 여행이 완전히 회복되고 있다”면서도 “지금은 아니지만 우리는 소비가 약해질 것이라고 보며 그 변화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를 포함한 계속되는 인플레 압력이 변수”라고 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은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 속 경기둔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고, 좀 더 나가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보는데요. 월가의 베테랑 투자자이자 전 씨티 웰스 매니지먼트 CEO였던 샐리 크로체크는 “확실히 경기침체가 오고 있다”며 “시장이 자주 틀리기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책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준이라고 다 알지 못하고 시장도 자주 틀린다는 점, 명심해야겠습니다. 결국 본인이 더 열심히 챙겨야 한다는 뜻이죠.
마이너스 GDP, 통화정책에 영향 못 줘…하반기에는 조정 필요 주장도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갑작스러운 마이너스 성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골칫거리겠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 같다”고 짚었습니다.
말 그대로인데요. 일회성 요인이라고 해도 마이너스는 마이너스죠. 가만히 있을 공화당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공급망 문제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고 유가도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공격적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다는 건데요.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는 “1분기 마이너스에도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은 연준의 첫번째 목표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죠.
WSJ은 1분기에 소비가 전분기보다 강하게 나왔다는 점이 긴축에 속도를 내는 이유가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WSJ은 “경제는 연준의 통화정책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둔화될 수밖에 없지만 1분기 GDP가 마이너스라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강한 수요는 연준으로 하여금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고용시장이 나빠질 때까지 금리를 올리게 할 수 있다”고 해석했는데요.
사실 1분기 GDP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자체가 긴축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마크 키벨 핌코 글로벌 신용 CIO는 “우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년에 2.5~3% 수준으로 높일 것이라고 본다. 인플레와 공급망 문제는 지속적이며 더 오래갈 것이며 노동시장도 타이트하다"며 “인플레 기대가 상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더 빨리, 더 높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CNBC의 간판 앵커 짐 크레이머도 “연준이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라며 “기업들을 보면 인플레가 문제라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연준의 정책전환 얘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여전합니다. 앞으로 성장 속도가 빠르게 둔화한다면 충분히 이런 요구가 나올 수 있습니다. CNBC는 “낮은 성장이 유지된다면 연준은 금리전망을 빠르게 바꿀 수 있다”고 했는데요. 시모나 모쿠타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아니지만 올해 후반기에는 높은 금리경로를 조정할 기회와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분기 깜짝 마이너스 성장에 최소한 0.75%포인트 금리인상 확률이 좀 낮아지는 것 아닌가 합니다. 물론 5월은 0.5%포인트지만 6월에도 경제상황을 신중히 볼 필요가 있어서지요.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연준이 빨리가기로는 했지만 얼마나 높게 갈지는 안 정했다”며 “나는 연준이 금리를 4~5%까지는 올려야 인플레를 몰아낼 수 있다고 보는데 그들이 그럴지 의문이다. 나는 연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와 낮은 성장을 우리 곁에 둘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실제 최소 내년 이후에는 미국 경제가 확연히 더 어려워 질 것 같다는 전망이 많은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미국경제가 더 나빠질 것”이라며 “너무 높은 인플레에 대응하기 위한 큰 폭의 금리인상 이후 경기가 둔화할 것이기 때문이며 2023년 말에는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더 전해드릴까 하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캘리포니아의 집을 팔았다가 가격이 30% 빠진 2012년 다시 사들인 핌코의 채권 매니저 마크 키젤이 블룸버그에 “언제 사고 팔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의 25년짜리 장기 차트를 볼 때 이제 집을 팔 때가 됐다”며 “마지막 이닝에 들어갔다”고 했다고 합니다.
아직 미국 경제가 강하고 기업들의 어닝도 나쁘지 않지만 좋지 않은 신호들이 하나둘씩 나오는 듯합니다. 아마존도 1분기 매출이 7% 줄었구요. 골드만삭스의 분석대로 소비 흐름을 잘 보면서 이것이 변화하는 시점을 잘 잡아내야 하겠습니다.
※어제 한국투자공사(KIC) 간담회가 있어 ‘3분 월스트리트’가 쉬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2022 밀컨 컨퍼런스’ 참석 때문에 현지 시간 5월2, 3, 5일 ‘3분 월스트리트'가 휴재합니다. 다만, 4일에 있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는 중요한 만큼 LA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국 경제와 월가의 뉴스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