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변모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외부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서방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완전히 몰아내기 위해 지원을 대폭 강화하면서 전쟁이 길게는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우리는 장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전쟁이 늘어지고 수개월·수년간 계속될 가능성이 전적으로 있다”고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어 "서방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끝내기 위해 제재와 군사 지원 등으로 최대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나토 동맹국은 우크라이나를 장기간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현대 나토의 표준화한 무기 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도울 준비도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지금까지 서방은 동유럽 나토 회원국에 쌓여 있는 소련제 무기를 주로 ‘방어용’으로 지원해왔지만 앞으로는 공격을 위한 최신 무기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330억 달러(약 42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세부적으로는 무기 등 군사 지원 200억 달러, 직접적 경제 지원 85억 달러, 인도주의 및 식량 지원 30억 달러 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초기에 제공한 136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은 거의 고갈됐다”며 “전황이 중요한 지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하원도 이날 대통령 서명만으로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무기를 지원할 수 있도록 무기대여법을 개정했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러시아와의 장기전에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은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는다”며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이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당초 확전을 우려해 신중한 행보를 보여온 서방에서 러시아 퇴출과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목표로 하는 강경 발언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앞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뒤 회견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할 만큼 약해지기를 원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며 모두의 전쟁”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승리는 우리 모두에게 전략적 의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오는 11월 발리에서 개최될 예정인 G20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G20 공식 석상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미국 등 서방 회원국의 요구를 결국 거부한 것이다. 대신 조코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함께 G20 정상회의에 초청하기로 했다. 외신들은 인도네시아의 이번 결정으로 G20 정상회의 기간은 물론 앞선 준비 기간에도 회원국 간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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