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의지가 강력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참석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한일 외교가에서는 양국이 윤 당선인 취임식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꼬일 대로 꼬인 과거사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다음 달 10일 기시다 총리 방한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9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5월 10일 열리는 윤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방향으로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에 따르면 일본 내부에서는 일제강점기 강제노동 및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방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 대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등 각료가 윤 당선인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산케이는 전했다.
외교 소식통 역시 “기시다 총리로서는 한국에 오고 싶어 할 것 같다"면서도 “일본 내에 여전히 이제 혐한을 강조하는 세력이 있고 자민당 내에서도 기시다 총리에게 ‘한국에 가면 안 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가 2015년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인 점 역시 이번 방한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소식통은 “기시다 총리가 사실 굉장히 어렵게 결단해 위안부 합의를 했는데 그때 크게 한 번 정치적 생명의 위기를 겪지 않았느냐”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에 오려면 가시적인 성과가 있어야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시다 총리로서는 윤 당선인 취임식에 선뜻 참석해 축하만 하고 돌아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에서는 7월 10일 참의원 선거도 예정돼 있다. 집권당인 자민당이 한일 관계에 대한 국내 여론을 크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양국에서는 윤 당선인 취임식을 계기로 한일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 소식통은 “지금 국제 관계가 굉장히 엄중하지 않으냐. 일본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도 있고 중국의 부상도 있고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있다"며 "'한국과 전략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이 기회를 모멘텀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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