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많은 비용을 들여 꼭 이전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이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이전 추진 과정의 문제점과 우려 등을 지적하며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인사 결정을 두고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이 대립각을 세운 뒤 극적으로 진화했지만 집무실 이전을 두고 신구 권력의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임기를 열흘 남겨두고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반대 등 국민 청원에 대해 직접 답변했다. ‘윤 당선인 집무실 조성을 위해 혈세 수천억 원을 날리는 것을 막아달라’는 제목의 청원은 54만 4898명의 동의를 받아 마지막 국민 청원 안건 중 하나로 채택됐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청원 내용에 공감한다”며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 합참, 외교부 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군 주요 직위자 격려 오찬 간담회에서도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을 우려했다. 문 대통령은 군 지휘부에 “국방부·합참의 이전 때문에 빈틈이 있지 않을까 (국민들이) 염려한다”며 “더 철저한 방위 태세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퇴임 열흘을 앞둔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강한 비판에 나서자 인수위 측도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대담에서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고 밝혔다. 해당 방송이 나간 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새 정부가 출범하는데 협조해서 잘 도왔다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게 국가 지도자로서 품격”이라면서 “책무에 집중해주실 것이라 믿고 부탁하고 싶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흘 만에 또다시 집무실 이전을 직격하면서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재점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률안의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두고 청와대와 인수위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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