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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회의하다 모유 나온 男, 임신 고백하고 맘카페 만든 사연

[리뷰] 넷플릭스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남자가 임신하게 된다면?

고정된 성 역할 타파

소수자를 향한 편견 조명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 사진=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의 한 장면




여성들은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많은 것을 포기한다. 차곡차곡 쌓아온 커리어일 수도 있고, 달라진 신체일 수도 있다. 엄마가 되면서부터 요구되는 역할들은 삶을 통째로 바꿔 놓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여성이 아닌 남성이 임신을 하게 되다면 어떨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은 이 이상하고도 기발한 상상력에서 시작됐다.

히야마 켄타로(사이토 타쿠미)와 세코 아키(우에노 주리)는 자유연애를 지향한다. 두 사람은 많은 것을 공유하고 스킨십도 하지만 사귀는 사이는 아니다. 원하는 삶의 방향성이 같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독한 워커홀릭이다. 켄타로는 유능한 광고 대행사 크리에이터로 출세욕이 강해 경쟁도 마다 하지 않는다. 잘나가는 작가인 아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켄타로와 아키는 아이를 낳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켄타로는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시스젠더 임신’(트렌스젠더가 아닌 생물학적 남성이 임신한 것)에 관한 뉴스를 보고 “남자든 여자든 일에 방해될 텐데 왜 애를 낳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키 역시 “육아를 하면서 지금 일을 병행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혼, 임신과 출산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한다.



하지만 임신이 본인의 이야기가 되면서 두 사람의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그것도 남성 임신이라니. 켄타로는 임신 초기 급격한 몸의 변화로 인해 일에 집중할 수 없다. 갑작스러운 어지러움, 구토 증상과 함께 심지어 모유까지 흘러 셔츠를 흠뻑 적신다. 상사에게도 찍히게 된 켄타로는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도 밀린다. 성공 가도만 달려오던 그에게는 처음 느껴보는 좌절이다.

작품은 이런 지점에서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해 역지사지로 생각하게 만든다. 임신, 출산으로 인해 사회와 멀어지는 여성의 이야기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라는 말이 통용된 지도 오래.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고 있다고 하지만 여성이 사회에서 경력을 이어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또 아키는 켄타로의 임신 소식을 듣고 “내 애 맞아?”라는 말부터 나왔다. 아키의 동료는 “보통은 남자가 하는 이야기인데”라고 웃어넘겼지만 임신을 한 여성만 오롯이 짊어져야 하는 현실처럼 보여 씁쓸하기도 하다.

출산 후 곧바로 일을 할 생각이었던 켄타로는 아키가 육아해 주길 바란다. 출산은 남성이 하더라도 전통적인 엄마의 역할은 당연히 여성의 몫이 되는 아이러니다. 결국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에 고민하던 켄타로는 마음을 다잡고 육아휴직을 한다. 휴직계를 내면서 당찬 포부를 밝히는 켄타로를 보고 여성 동료는 이렇게 말했다. “그게 뭐 대단하다고 폼 잡으면서 말하냐. 여자들은 보통 다 그런다”고.



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시한다. 켄타로 역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지 꿈에도 몰랐을 때는 “남성 임산부 솔직히 좀 징그러워”라고 가볍게 말했다. 당사자가 된 그에게 이런 말이 고스란히 돌아왔고, 편견의 벽은 두터웠다. 그가 편견을 깨기 위해 남성 임산부로서 직접 광고 모델로 나서고,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곳곳에 숨어있는 남성 임산부들을 세상으로 이끌어 냈지만 이상한 존재로 보는 시선은 남아 있다. 그저 여성이 아닌 남성이 임신을 한 것일 뿐, 처한 상황이 다르지 않은데도 더 엄격한 잣대로 판별한다.



켄타로는 위기를 맞은 순간 “남성 임산부로서 올바른 역할을 할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자 켄타로는 “애초에 ‘답다’는 게 뭐냐”고 되묻는다. 그는 “남자답다, 여자답다, 아버지답다, 어머니답다. 왜 그런 틀에 얽매여야 하냐”고 한다. 그러면서 모든 편견을 시원하게 깨트리는 말을 남긴다.

“예상치 못한 일은 인생에서 반드시 일어납니다. 막상 그런 일이 닥쳤을 때 어떻게 마주하고 대처하는지가 그 사람 다운 것이고요.”



◆ 시식평 - 어렵고 힘들지만 자신답게 사는 방법을 찾은 켄타로와 아키. 원작 만화처럼 시즌2도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요약


제목 :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원작 : 사카이 에리의 만화 ‘히야마 켄타로의 임신’

극본 : 야마다 요시타츠, 소데 유키코, 아마노 치히로

감독 : 하코타 유코, 기쿠치 타케오

출연 : 사이토 타쿠미, 우에노 주리, 릴리 프랭키, 타카하시 카즈야

회차 : 8부작(각 25분 분량)

공개일 : 2022년 4월 21일

보는 곳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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