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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in JIFF] '경아의 딸' 가깝고 먼 모녀관계, 그래도 결국 연대한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 '경아의 딸' GV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조명


'현혜선의 시스루'를 연재하는 서울경제스타 현혜선 기자가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속살을 낱낱이 들여다 봅니다.


영화 '경아의 딸' 스틸




영화 '경아의 딸'이 디지털 성범죄라는 사회적 이슈를 애증의 모녀 관계에 녹였다. 피해자뿐 아니라, 그의 가족을 조명하면서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겠다는 포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물을 통해 관객들의 공감까지 꾀하는 작품이다.

3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씨네Q에서는 '경아의 딸'(감독 김정은) GV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김정은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정영, 이채경이 참석했다.

'경아의 딸'은 요양 보호사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경아(김정영)가 낯선 이로부터 딸 연수(하윤경)의 모습이 담긴 충격적인 메시지를 받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경아의 딸'로 첫 장편영화 연출을 맡게 된 김 감독은 "2018년부터 디지털 성범죄에 관심을 갖게 돼 영화로 만들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그는 "N번방이라는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 전부터, 불법 촬영물이 포르노 사이트에서 포르노로 소비되는 점에 충격받았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썼을 때는 연수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로 고통스러하고, 자신의 꿈을 잃어가는 이야기였다"며 "결국 뻔해져서 시나리오를 바꿨는데, '내가 연수라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생각해 보니 엄마에게 영상이 보이는 게 가장 무서울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라는 존재는 딸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존재다. 그럼에도 왜 난 엄마를 먼저 떠올렸을까 싶었다"며 "그럼 단지 연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딸의 영상을 보게 되면서 겪는 모녀 갈등으로 풀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시나리오 쓸 때 힘들었다는 김 감독은 "예민한 소재라 더 어려웠다. 요즘 이런 소재의 영화들이 많이 나오지 않냐"며 "피해자의 단적인 모습만 그리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다채로워졌다. 난 최대한 뻔한 주제를 피하면서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30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씨네Q에서 진행된 영화 '경아의 딸' GV에 김정은 감독, 배우 김정영, 이채경이 참석했다. / 사진=현혜선 기자


작품에는 일상적으로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 서로의 구원이 돼 준다. 김 감독은 "내 영화에 나오는 인물은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동료, 보편적인 사람으로 그리려고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악인이나 선인 등 1차원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그래야 더 현실적이고, 관객들도 더 자연스럽게 상황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여성 캐릭터는 서로 상처를 주지만, 결국 더 지지하고, 사과하고, 연대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려고 한다. 연수에겐 동료 교사와 변호사가 있고, 경아에게 식당을 하는 친구가 있듯이"라고 덧붙였다.

일상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레퍼런스 삼았다고. 김 감독은 "그분의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이다. 너무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는다"며 "분명 어떤 나쁜 짓을 저지르고, 큰 사건을 겪는데도 인물들이 기능에 맞춰 묘사되지 않는 부분이 좋았다. 그런 부분들을 많이 참고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김정영과 이채경은 시나리오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영은 "내 연배에 영화든 드라마든 극중 주요한 역을 맡을 기회가 잘 없다. 당연히 해야지 싶었다"며 "나도 딸을 키우는 입장이어서 그런지 경아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 다만 촬영하면서 힘들어서 후회하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채경은 "어느 날 감독님에게 연락이 왔다. 대본을 봤는데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라 참여하고 싶었다"며 "시대적 상황이나 젠더 의식이 좋았다. 상순이 시나리오에서 보이는 면이 단편적이어서 아빠와의 관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딸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라는 걸 알고 절망하는 엄마 경아 역을 맡은 김정영은 "처음에 딸에게 아픈 말을 던지는데, '이게 그 정도로 속상할까?' 싶었다. 나 역시 쉽게 툭 던진 거다"라며 "그런데 그게 정말 딸에게 상처가 된다는 걸 깨닫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나도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우리 문화가 이래'라고 넘길 부분이 아니더라. 다른 작품들도 그렇지만, '경아의 딸'을 찍으면서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연수를 도와주는 변호사 상순을 연기한 이채경은 "상순은 '독해서 시집도 못간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냉랭한 캐릭터다. 처음에는 그런 톤을 잡다가, 시나리오가 수정되면서 경아와 연수 모녀를 도와주게 됐다"며 "그때는 따뜻함이 필요했다. 극 속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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