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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 아가씨로'…앱 번역 오류가 잔혹 살인 사건으로

전북 정읍 '주차장 살인사건' 앱 오역이 발단

연합뉴스




전북 정읍의 한 주차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휴대전화 번역기 앱의 오류가 발단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인과 한국인이 소통을 위해 번역기를 사용했지만 오역으로 인해 칼부림까지 번진 것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국인 A(35)씨는 지난해 5월 같은 국적의 직장 여성 동료이자 유부녀인 B씨와 가까워지며 호감을 느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남편 C씨를 A씨에게 소개했고, 셋의 관계는 술자리를 함께 할만큼 발전했다.

이들 셋은 같은 해 9월 6일 오후 10시께 정읍의 한 주점에서 중국인 지인 2명과 함께 술을 마셨다. 유일한 한국인인 남편 C씨는 휴대전화 앱 번역기를 사용해 중국인들과 소통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중국어로 “다음에도 누나(B씨)랑 같이 놀자”라고 말했고, 앱 번역기는 “우리 다음에 아가씨랑 같이 놀자”라고 한국어로 오역했다.



남편 C씨는 오역을 듣고 노래방 접대부로 오인해 "왜 아가씨를 찾느냐. 나 와이프 있다"며 A씨에게 욕설했다. 욕설을 듣고 격분한 A씨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이 과정에서 C씨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았다.

A씨는 평소 호감이 있던 B씨 앞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수치심과 모욕감에 분노했다. 그는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고 몇 시간 뒤 홀로 귀가하는 C씨를 주차장으로 불러냈다.

이후 C씨가 사과하지 않자 A씨는 C씨의 목과 복부 등을 흉기로 찔렀고, 도망가는 C씨를 따라가 범행을 이어갔다. 결국 C씨는 숨을 거뒀고 A씨는 인근 지구대로 가 자수했다.

살인죄로 기소된 A씨는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정읍지원 제1형사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신체를 13차례 흉기로 찌르는 등 매우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이고, 유족은 충격과 고통을 호소하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은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합의를 위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행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은 현재 광주고법 전주재판부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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