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제작을 지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참가한 전 세계 각국의 감독과 배우들이 전주를 찾았다. 큰 규모의 제작비와 자율적인 제작 환경을 제공한 전주국제영화제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팬데믹 이후 정상화된 영화제의 뜨거운 열기에 감탄했다.
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중부비전센터에서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시네마프로젝트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자리에는 문성경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박혁지 감독, 다네 콤렌 감독, 에리크 보들레르 감독, 알란 마르틴 세갈 감독, 배우 옥스모 푸치노가 참석했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독립·예술영화에 직접 투자를 해 저예산영화 제작 활성화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이다. 2014년부터는 창작자들이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장편영화 제작지원으로 그 방향을 바꾸었다. 이는 영화산업계 내에서 영화제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기능을 선보이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분기점으로 기록된다. 올해 9년 차에 접어든 전주시네마프로젝트는 지금까지 27편의 영화를 소개했다.
감독들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박 감독은 "전주와 나름 인연이 있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는 제작비"라며 "다른 데보다 훨씬 큰 액수를 지원해 주는 데 끌렸다"고 말했다. 에리크 보들레르 감독은 "독립영화에 이렇게 후한 지원금을 주는 기회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렇게 준비하고 제작할 시간을 기다려 주는 것 자체도 흔치 않다"며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소중한 프로그램이 앞으로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네 콤렌 감독은 "정말 소중한 기회다. 풍부한 지원을 해주면서 독일이나 스페인에서 촬영하도록 해줬다"고 미소를 보였다. 알란 마르틴 세갈 감독은 "물질적인 지원도 좋았지만, 창의적인 자유가 보장돼 더욱 소중했다. 많은 기금을 받았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권한과 자유를 주는 건 흔치 않다"며 "더없이 소중한 기회"라고 표했다.
팬데믹 기간에 제작된 작품이라 현장은 녹록지 않았다고. 옥스모 푸치노는 "내가 맡은 역할은 생존 방식을 찾는 남자다. 팬데믹 시기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며 "죽음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함께 모여서 영화를 보는 놀라운 산간을 맞게 됐다"고 했다. 에리크 보들레르 감독은 "팬데믹 안에 있으면 시간들이 다양한 파도로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영화를 만드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위험하기도 했다"며 "촬영 중 스태프가 양성이 나오면 촬영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좋았던 건 술집이 문을 닫아서 장소 대여를 저렴하게 했다는 것"이라고 꼽았다.
다네 콤렌 감독은 에르크 보들레르 감독의 말에 동의하며 "같이 있지 않으면서 원하는 걸 끌어내야 돼 어려웠다. 온라인 상영도 거절했는데,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보여주는 개념에서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며 "예전에 있지 않은, 다른 세계에서 영화를 선보이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죽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팬데믹 기간은 영화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알란 마르틴 세갈 감독은 "이번이 첫 장편 데뷔라 그 전후를 비교하기 어렵다. 어떻게 보면 죽어 있는 영화계에 첫 발을 디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어렵고 복잡한 상황에서 탈출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 팬데믹일수록 세상의 메아리를 제공하는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OTT 시장이 발전하고 팬데믹으로 자택에 멀어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감독들은 이런 상황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봤다. 박 감독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보는 영화에 익숙해졌다. 굳이 극장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나 같이 작은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스크린에 작품이 걸리는 게 더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영화는 큰 스크린과 좋은 음향으로 즐기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에리크 보들레르 감독은 희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는 독립영화를 보는 관객층이 5~60대다. 이분들은 바이러스에 취약해서 극장에 오길 두려워하고, 젊은이들은 할리우드 영화나 넷플릭스를 본다"며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가장 자연스러운 생태계는 극장이다. 한국에 3일 동안 있으면서 희망을 봤다"고 짚었다. 이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5편이 동시 상영됐는데, 각 300석의 객석이 다 찼다. 또 2,000석이 넘는 전주돔이 꽉 찬 걸 보고 관객도 영화관을 바라는 욕구가 있다는 걸 알았다"며 "이런 경험이 다른 나라에도 좋은 레퍼런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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